정국교 전 대표(전 민주당 국회의원)가 29일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으로 이사 복귀를 추진 중인 정보기술(IT) 부품업체 에이치앤티.공시만 놓고 보면 복귀를 추진 중인 정 전 대표(작년 3분기 말 기준 지분율 1.31%)와 그의 복귀를 바라지 않는 경영진(0%) 간 단순 분쟁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한꺼풀 벗겨보면 전 · 현직 대표는 물론 사실상 현 최대주주인 투자회사 투웨이 간 애증의 삼각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잦은 경영권 분쟁과 적과 동지의 구분조차 모호한 비정한 코스닥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에이치앤티의 최대주주(모회사)는 37.04%의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앤티이엔지다. 에이치앤티이엔지 지분 85%를 소유해 최대주주였던 정 전 대표는 2007년 있었던 이 회사 주가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4월 징역 2년6개월,벌금 130억원,추징금 86억원을 선고받았다.

정 전 대표는 벌금을 내기 위해 투웨이에 에이치앤티이엔지 보유 지분 전체를 지난해 말 12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가 에이치앤티이엔지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매각계약 체결 후 정 전 대표가 소유권 이전과 에이치앤티이엔지 대표 퇴임을 거부하고 본인을 에이치앤티 이사로 추천,경영일선 복귀를 시도 중이라는 게 투웨이 측 주장이다. 결국 정 전 대표와의 분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투웨이는 에이치앤티에 이사를 추천할 시한을 넘겨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서현 대표 등 현재 경영진과 정 전 대표,투웨이 등 3자 간 갈등도 상당하다. 조 대표는 정 전 대표가 2008년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영입한 삼성전자 출신이다. 이번에 본인을 포함해 현 경영진 등 5명을 이사후보로 추천했다.

조 대표 측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정 전 대표가 복귀하게 되면 회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 전 대표 복귀 안건이 부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 경영진은 정 전 대표에게서 지분을 인수한 투웨이도 '정 전 대표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투웨이 측은 "정 전 대표와의 문제해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데,이번에는 지분이 전혀 없는 경영진이 무리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며 경영 외적인 분야에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코스닥 기업들의 엄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서둘러 수습되지 않으면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