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효과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어 브리핑을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예정돼 있던 기자 브리핑을 돌연 연기했다. 김 위원장은 대 ·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협약 추진 일정과 협약 확산 대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었다. 공정위 측은 브리핑을 하루 미룬 이유로 이날 오전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를 들었다. 정운찬 위원장의 사퇴의사 번복으로 관심이 모아졌던 동반성장위 회의에 밀려 이날 브리핑의 홍보 효과가 희석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공정위는 최근 경쟁촉진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물가 잡기'와 '동반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다 홍보 효과까지 운운하며 예정된 브리핑마저 취소하는 모습은 '지나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씁쓸함을 안겨줬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대 ·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명확한 구심점 없이 각 정책 추진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코드 맞추기에 나선다면 국가의 경제 발전과 산업 육성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결과만 불러올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표준하도급계약서 도입 여부 등 공정위 자료를 토대로 공개되는 동반성장지수는 명백한 '기업 줄세우기'로 또 다른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공정위의 기본 임무는 '경쟁 촉진'이다. 물가안정과 대 · 중소기업 간 거래 질서는 공정위의 담합 및 불공정거래 조사가 제대로 진행됐을 때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물가관리와 동반성장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작 경쟁 촉진 등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공정위의 위상을 '차가운 파수꾼'에서 '따뜻한 균형추'로 새롭게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그 따뜻함이 약자 보호라는 감성에 치우쳐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을지 걱정되는 건 기우일까. 공정위는 다음달 1일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시장을 지키는 경제 검찰'을 자처했던 초심을 다시 한번 돌아보길 권하고 싶다.

이정호 경제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