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8일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접었음을 공표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3분여에 걸쳐 신상과 관련한 모두발언을 했다. 정 위원장은 "저를 둘러싼 거취 논란이 있었지만 동반성장이 본궤도에 들어가기 위한 진통이었다"고 말했다. "위원들이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준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할 일을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1일 청와대에 사퇴의사를 전달했던 그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연락해와 '번복'

사퇴의사 번복 이유에 대해선 '청와대'를 언급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여러 번 연락해왔다"며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청와대로부터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지원사격 약속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며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기업에 강제로 나눠주는 것이 아님에도 폄훼 ·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계 일부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도 사회에 장애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세간을 뒤흔든 '신정아 스캔들'도 언급했다. 그는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학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며 참석위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재계 일각에선 정 위원장의 복귀를 계기로 초과이익공유제 논쟁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 위원장이 이미 상처를 입은 만큼 동반성장위의 추진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초과이익공유제 이름만 바꾸나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국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위원들이 초과이익공유제의 취지나 제도에 대해선 공감했다"며 "다만 이름이 가진 사회적 거부감에 대해 일부 위원이 신중히 검토하는 게 좋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이 고심 끝에 직접 작명한 것으로 알려진 초과이익공유제의 명칭을 바꾸는 식으로 재계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논의된 명칭은 '창조적 동반성장사업''초과이익기여제''성과연동보상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이날 위원들에게 "초과이익공유제는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추진해 볼 만한 좋은 모델"이라며 "적극적인 참여와 이해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여전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초과이익공유제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기를 꺼렸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