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됐던 정보기술(IT)주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데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부진을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전문가들은 IT업종의 저평가 매력을 높이 평가하며 최근 하이닉스 LG전자 등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D램 공급과잉 잦아들까…하이닉스 급등

28일 하이닉스는 3.34%(1000원) 오른 3만900원에 마감해 나흘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경쟁사인 도시바의 반도체 생산 차질 소식 등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LG전자도 1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으로 0.47%(500원) 상승한 10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또 삼성전자는 0.66%(6000원) 오른 91만6000원으로 끝나 3거래일 연속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 9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 IT주도 631억원어치나 사들여 사흘째 순매수했다.

지난해 시세를 냈던 IT주는 올 들어 1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주도주 자리를 뺏겼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과 인텔의 '샌디브리지' 프로세서 리콜 등 악재가 겹쳤고,TV와 PC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저조한 탓이 컸다. 여기에 일본 대지진으로 정유와 화학,철강 등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매수가 몰리면서 IT주의 소외가 두드러졌다.

◆"신흥국 경기 회복이 IT주 재발견으로"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D램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가 최근 잦아들면서 지난주 IT 주가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실적 부진 우려는 선반영돼 시장 관심은 2분기 턴어라운드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5일 미국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5월 D램 메모리 출하 증가율을 시장 예상(10%)보다 낮은 5% 이하로 제시했다. 이에 힘입어 25일 삼성전자는 10일 만에 장중 90만원을 회복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D램 공급 증가율은 1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이라며 "특히 순수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의 이익 증가 속도는 2분기 이후 매우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은 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만7000원으로 각각 높였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반사이익이 컸던 정유 화학 자동차주의 수익률이 둔화돼 4월에는 IT와 금융 등 경기민감주로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진으로 완성품 업체들이 재고 비축에 나서며 IT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주가가 전반적으로 낮아져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주도주 복귀는 내달 실적시즌에 결판

IT주가 한발 더 나아가 증시 주도주로 복귀할지는 다음달 실적시즌을 거쳐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자동차 정유 화학 등 실적 호전 업종에 매수가 집중될 것"이라며 "IT업종은 이익전망 하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반등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등 주요 IT제품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2분기 IT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분기(4조5000억원)보다 개선돼 총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지난해 3분기 수준과 비슷하지만,당시가 스마트폰의 태동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심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업황 회복 기대감이 반도체 등 일부로 제한됐다며 선별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장열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상승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는 이득이지만 완제품 업체에는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업황 전체의 펀더멘털을 끌어올리는 시점은 2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네패스를 추천했고,현대증권은 반도체업황 회복의 수혜가 예상되는 STS반도체삼화콘덴서를 관심 IT주로 꼽았다.

김유미/한민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