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엔高 유지하게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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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의 급격한 혼란이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최근 일본 도호쿠(東北)지역의 대지진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복구 자금이 일본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세계 주요 7개국(G7)이 엔화가치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는 꺾였고 세계 증시는 오름세를 보였다.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외환시장 개입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G7의 개입은 일본의 자연스러운 엔고 흐름을 막았으며,지진을 통해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다. 우리는 지진 피해가 일본 상품의 수요와 공급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야 한다. 투기가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엔고 현상이 일본의 큰 재앙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엔고로 인한 생산 감소를 걱정한다.
과연 엔고가 일본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지진과 쓰나미로 도호쿠 지역의 생산 시설은 대부분 파괴됐다. 도로와 항만 등 유통망이 손상되면서 공급은 어려워진 반면 수요는 급증했다. 일본 내 모든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료품과 건축자재 등 지진 피해에 따른 필수 원재료의 공급이 필요하다. 일본은 당분간 수출을 최대한 줄이고 국내 소비를 늘리는 데 노력할 것이다. 수입이 필요한 이유다. 엔고 현상은 일본의 수입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자국 유입을 손쉽게 한다.
따라서 많은 물자를 빨리 들여와야 하는 일본으로선 G7의 개입이 호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개입이 시장 조정의 속도를 완만하게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지금은 빠른 변동이 일본으로 유입되는 자원의 공급 속도를 원활하게 해 줄 것이다.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은 시장이 새로운 균형을 찾는 과정의 일부다. 변동을 막는 것은 결국 시장이 그 균형을 찾는 속도를 늦출 뿐이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외환을 보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개입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다른 나라들의 유로화와 달러화 자산이 필요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나빠진 거시지표와 재정 악화로 인해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의 높은 저축률과 세계 최대 순채권국으로서의 저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국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로 시장에 혼란이 초래된다면 일본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돈을 투입할 것이다. 그러나 그 유동성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금 부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 은행들과 다른 외부 금융기관에 자금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낫다. 나는 엔고 현상이 이 비극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G7은 시장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놔둬야한다.
본사 독점전재
제프리 우즈 < 英 카스비즈니스스쿨 교수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그러나 G7의 개입은 일본의 자연스러운 엔고 흐름을 막았으며,지진을 통해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다. 우리는 지진 피해가 일본 상품의 수요와 공급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야 한다. 투기가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엔고 현상이 일본의 큰 재앙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엔고로 인한 생산 감소를 걱정한다.
과연 엔고가 일본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지진과 쓰나미로 도호쿠 지역의 생산 시설은 대부분 파괴됐다. 도로와 항만 등 유통망이 손상되면서 공급은 어려워진 반면 수요는 급증했다. 일본 내 모든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료품과 건축자재 등 지진 피해에 따른 필수 원재료의 공급이 필요하다. 일본은 당분간 수출을 최대한 줄이고 국내 소비를 늘리는 데 노력할 것이다. 수입이 필요한 이유다. 엔고 현상은 일본의 수입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자국 유입을 손쉽게 한다.
따라서 많은 물자를 빨리 들여와야 하는 일본으로선 G7의 개입이 호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개입이 시장 조정의 속도를 완만하게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지금은 빠른 변동이 일본으로 유입되는 자원의 공급 속도를 원활하게 해 줄 것이다.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은 시장이 새로운 균형을 찾는 과정의 일부다. 변동을 막는 것은 결국 시장이 그 균형을 찾는 속도를 늦출 뿐이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외환을 보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개입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다른 나라들의 유로화와 달러화 자산이 필요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나빠진 거시지표와 재정 악화로 인해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의 높은 저축률과 세계 최대 순채권국으로서의 저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국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로 시장에 혼란이 초래된다면 일본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돈을 투입할 것이다. 그러나 그 유동성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금 부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 은행들과 다른 외부 금융기관에 자금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낫다. 나는 엔고 현상이 이 비극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G7은 시장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놔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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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우즈 < 英 카스비즈니스스쿨 교수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