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66)가 2년9개월 만에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리움의 현대미술 기획전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박민선 리움 홍보팀장은 29일 "일본 대지진 등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별다른 공식행사 없이 지난 16일자로 관장직에 복귀했으며 같은 날 열린 리움의 기획전 '코리안 랩소디'전 개막행사에도 관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홍 관장은 2008년 6월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의 그룹 회장 퇴진과 함께 리움 관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리움은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 체제로 운영돼 왔다.

◆7월 알렉산더 칼더 회고전

홍 관장이 리움 관장으로 복귀함에 따라 기획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의 회고전을 오는 7월7일부터 10월23일까지 펼칠 예정이다. 칼더는 움직이는 미술인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로 리움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12월에는 '조선 화원대전'을 열어 조선시대 궁중 회화의 흐름을 보여 줄 계획이다. 또 삼성특검 이후 취소됐던 격년제 기획전 '아트 스펙트럼'을 내년부터 정상화할 방침이다. 유망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미는 '아트 스펙트럼'은 2001년부터 세 차례 열렸으며 리움의 대표적인 정례 기획전 중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리움은 로댕갤러리의 재개관을 위한 기획전도 준비하고 있다.

◆침체된 미술시장에도 활기

홍 관장의 복귀는 리움의 본격적인 기획전과 함께 침체된 국내 미술계와 화랑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특검 이후 3년간 미술시장은 인기 작가들의 작품값 하락과 함께 '큰손'들의 작품 구입 중단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홍 관장이 물러난 이후 미술시장이 활력을 잃었는데 국내 미술시장에서 연간 2000억~3000억원 정도의 미술품을 구입할 정도로 막강한 '바잉 파워'를 갖고 있는 홍 관장이 복귀함에 따라 미술계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전시 성수기인 봄,가을에도 기획전 하나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었다"며 "일부 화랑들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소장품전,전시장 임대,지명도가 낮은 작가들의 작품전으로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정아 사건'에 휘말려 2007년 11월 성곡미술관장직에서 물러났던 박문순 씨도 최근 복귀했다. 박 관장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