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택배업체 A사에선 최근 두 달 동안 서울에서만 배송기사 30여명이 그만뒀다. 월급이 250만원 안팎인데 이 중 기름값만 50만~60만원을 차지해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 배송기사는 "작은 동네에서 움직이는 데도 작년엔 기름 5만원어치를 넣으면 5일을 탔지만 요즘은 3일밖에 못 탄다"며 "배달해야 하는 상자들은 점점 늘어 밥도 못 먹고 일을 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택배 대리점을 10년째 운영하는 심모 사장은 배송차량 5대 중 2대를 '용차(임시 화물차량)'로 운영하고 있다. 차량 증차가 제한돼 배송차량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다. 심 사장은 "용차는 일반 배송차량보다 20~30% 비싸다"며 "일부 중소택배사 영업점은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아예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택배업계가 경유값 상승,배송 단가 하락,인력난,차량난 등으로 '4중고'를 겪고 있다. 택배 물량은 2009년 11억개에서 지난해 12억1000만개로 늘어 매년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덩치만 커질 뿐 수익에는 오히려 '빨간 불'이 켜졌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9일 자동차용 경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ℓ당 1794.3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0%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말 ℓ당 1600원을 돌파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올랐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2008년 대부분 적자경영을 했던 택배회사들이 동선을 개선하는 등 원가구조를 바꾸면서 흑자로 돌아서는 추세였는데 요즘은 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통상 TV홈쇼핑 온라인몰 등과 택배계약을 맺을 때는 당시 유가를 기준으로 1년 단위로 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원가에 직격탄이라 유가 연동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송단가는 업체들의 물량확보 경쟁으로 인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 배송단가는 상자당 2005년 2961원에서 2006년 2807원,2007년 2675원,2008년 2609원,2009년 2524원,작년 2504원 등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기사들이 배송을 하고 받는 대가도 상자당 800원 안팎으로,10년 전의 1200~1300원에 비해 30% 이상 떨어졌다.

하루 꼬박 일해도 수입은 12만~13만원밖에 안되지만 노동강도가 높아 그만두는 배송기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t 트럭 기준으로 하루 130상자를 배달하는 게 적정 물량인데 요즘은 150상자는 기본이고 명절 땐 200상자 넘게 배송해야 한다"며 "운송거리가 긴 편인 인천과 골목길이 많은 서울 강북 지역에선 폐업하는 배송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물량이 늘어나는 데도 배송차량 증차가 불가능해 차량 번호판 가격도 오르고 있다. 현재 택배업은 화물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신규 화물차 번호판 발급이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작년 초만 해도 500만원 선이었던 1t 택배차량 번호판 값이 지금은 700만~800만원으로 50%가량 치솟았다. 택배회사가 통상 1년간 계약을 맺고 차주에게 주는 지입가격도 1년 전 월 15만~20만원에서 20만~25만원으로 올랐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