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금 거래상들이 최근 들어 수십억달러어치 금 장신구들을 스위스에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금괴 수출을 금지시키자 금괴를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닌 금반지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스위스 제련 업체들은 이를 다시 녹여 국제표준 금괴로 만들어 팔고 있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트남이 스위스에 금 장신구를 수출해 번 돈은 2008년 7700만달러에서 지난해 28억달러로 늘었다. 이 기간 금 장신구 수출량은 3.2t에서 61t으로 급증했다. 베트남은 스위스에 가장 많은 금을 수출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FT는 "스위스 회사들은 베트남에서 수입한 금 장신구를 녹여 금괴를 만들어 최고가에 판매하고 있다"며 "최고치에 이른 금값과 베트남 동화 가치 하락이 베트남 사람들로 하여금 금을 더 팔도록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2008년 중반 수출 증가를 위해 동화 가치를 달러화 대비 약 20% 평가절하했다. 이 시기는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때다. 베트남 국민들은 동화 가치가 하락하자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달러에 몰리기 시작했고 이는 추가로 동화 가치 하락을 유발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영기업의 달러를 은행에 강제로 매각토록 하고 금괴 유통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인플레이션과 동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베트남은 금반지 등을 스위스에 수출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동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을 비축해놓으려는 부유층으로 인해 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서 베트남으로 금이 밀수입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년간 베트남에서 연간 20억~30억달러어치 금이 순유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세계금위원회는 오히려 같은 금액의 금이 베트남으로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