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외국자본 '먹튀'가 문제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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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상승 뼈깎는 구조조정 덕…경제정책으로 국익 추구해야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그에 대한 결정이 곧 내려진다고 한다. 법에 따른 엄정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법만의 문제인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 같은 외자가 들어와 엄청난 고수익을 남기는 것이 법만 어기지 않으면 괜찮은 것인가.
따지고 보면 론스타가 거둬 나가도록 돼 있는 5조원은 1997년 위기 이후의 천문학적 '국부 유출'의 일부분이다. 법을 어기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문제가 안 될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외자가 이익을 얻은 것은 한국의 주가 상승 때문인데,한국인도 주가 상승으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주가는 경제 전체의 성과를 나타내는 변수가 아니다. 경제 전체의 성과는 성장 생산성 분배 등으로 나타난다.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출산율 등도 중요하다. 한국은 1997년 위기 후 이 모든 면에서 성과가 나빠졌다.
주가는 오르는데 경제 전체의 성과는 나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주가가 오른 것은 구조조정 덕분이다. 위기 후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이윤율은 올라가고 부채비율은 떨어졌다. 금융회사는 부실을 털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구조조정이 성장 생산성 분배 출산율 등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연구는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해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구조조정이 경제 전체의 이익이 되려면,무엇보다 구조조정 당한 기업에서 생산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던 근로자가 다른 직장으로 옮겨 생산성을 더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본인도 좋고 경제 전체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구조조정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유일한 연구 사례인 충청은행을 보면,자신의 생산성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겨간 경우는 없고,대다수 근로자는 실업 막노동 영세자영업으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자살 이혼 별거 낙태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이러니 구조조정이 경제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결국 한국의 구조조정에서 외자는 '대박'을 터뜨렸지만,한국이 얻은 것은 성장 동력 저하와 분배상태 악화,당사자의 개인적 불행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위기 후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런 목적으로 사회복지 지출이 급격히 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물론 재정 부담을 증가시켰다. 여기서 어려움을 보태는 것이 매년 국내총생산의 2.5% 정도를 외자가 가져간다는 사실이다. 그 재원이 국내에서 쓰인다면 복지 문제 해결도 훨씬 수월할 텐데 말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 기본적으로 1997년 위기는 한국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보아 넘기기는 어렵다. 위기 후 몇 년간 한국인을 지배한 '외자의 이익이 바로 한국의 이익'이라는 인식도 큰 이유 아닌가. 경제는 원칙적으로 '정합 게임(positive sum game)'이지만,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던 것을 미국이 개입해서 일으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데 그런 문제는 없는가. 투자자국가소송제,금융세이프가드,지식 재산권 등에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한국인은 그것이 바로 한국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없는가. 세계화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모든 문제를 추상적 원론으로 묶을 수는 없다. 론스타 사태를 보면서 생각해야 할 것에는 법적인 정당성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정책도 있다.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
따지고 보면 론스타가 거둬 나가도록 돼 있는 5조원은 1997년 위기 이후의 천문학적 '국부 유출'의 일부분이다. 법을 어기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문제가 안 될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외자가 이익을 얻은 것은 한국의 주가 상승 때문인데,한국인도 주가 상승으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주가는 경제 전체의 성과를 나타내는 변수가 아니다. 경제 전체의 성과는 성장 생산성 분배 등으로 나타난다.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출산율 등도 중요하다. 한국은 1997년 위기 후 이 모든 면에서 성과가 나빠졌다.
주가는 오르는데 경제 전체의 성과는 나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주가가 오른 것은 구조조정 덕분이다. 위기 후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이윤율은 올라가고 부채비율은 떨어졌다. 금융회사는 부실을 털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구조조정이 성장 생산성 분배 출산율 등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연구는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해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구조조정이 경제 전체의 이익이 되려면,무엇보다 구조조정 당한 기업에서 생산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던 근로자가 다른 직장으로 옮겨 생산성을 더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본인도 좋고 경제 전체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구조조정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유일한 연구 사례인 충청은행을 보면,자신의 생산성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겨간 경우는 없고,대다수 근로자는 실업 막노동 영세자영업으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자살 이혼 별거 낙태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이러니 구조조정이 경제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결국 한국의 구조조정에서 외자는 '대박'을 터뜨렸지만,한국이 얻은 것은 성장 동력 저하와 분배상태 악화,당사자의 개인적 불행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위기 후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런 목적으로 사회복지 지출이 급격히 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물론 재정 부담을 증가시켰다. 여기서 어려움을 보태는 것이 매년 국내총생산의 2.5% 정도를 외자가 가져간다는 사실이다. 그 재원이 국내에서 쓰인다면 복지 문제 해결도 훨씬 수월할 텐데 말이다.
왜 이렇게 되었나. 기본적으로 1997년 위기는 한국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보아 넘기기는 어렵다. 위기 후 몇 년간 한국인을 지배한 '외자의 이익이 바로 한국의 이익'이라는 인식도 큰 이유 아닌가. 경제는 원칙적으로 '정합 게임(positive sum game)'이지만,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던 것을 미국이 개입해서 일으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데 그런 문제는 없는가. 투자자국가소송제,금융세이프가드,지식 재산권 등에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한국인은 그것이 바로 한국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없는가. 세계화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모든 문제를 추상적 원론으로 묶을 수는 없다. 론스타 사태를 보면서 생각해야 할 것에는 법적인 정당성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정책도 있다.
이제민 < 연세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