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해결 능력이 없다] 반대는 늘 있었다…표심에 휘둘린 MB정부엔 결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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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정부땐 어떻게
"인천공항 지반 약하다" 환경단체, 건설 반대
경부고속철 터널공사땐 도룡뇽 앞세워 반발
'실용' MB 정치적 능력 부족…설득 통한 갈등 조정 취약
"인천공항 지반 약하다" 환경단체, 건설 반대
경부고속철 터널공사땐 도룡뇽 앞세워 반발
'실용' MB 정치적 능력 부족…설득 통한 갈등 조정 취약
반대 없이 진행되는 대형 국책 사업은 드물다.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유는 어렵지 않다. 우선 경제성 논란이다. 대형 국책 사업에는 자연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1967년 건설 계획이 발표된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총 공사비가 429억7300만원으로 그해 국가 예산의 23.6%에 달했다. 1965년부터 추진된 포항제철(현 포스코) 건설비도 1억달러로 그해 한국의 수출액과 비슷했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이런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1990년대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형 국책 사업도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1992년부터 추진된 경부고속철도(KTX) 건설사업은 터널 공사 과정 등에서 '도롱뇽 멸종 위험'이 부각되면서 공사가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역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처럼 호재성 사업의 경우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한 반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같은 혐오시설은 지역 간 떠넘기기가 극심해진다. 대형 국책 사업이 들어서느냐,아니냐에 따라 해당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표심 잡기를 위한 정치권의 계산이 맞물리면 상황이 훨씬 복잡해진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대구 · 경북지역과 부산 · 경남지역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점이다. 공동성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숙한 민주주의는 결과만 좋아서는 안 되고 과정도 좋아야 한다"며 "대형 국책 사업을 위해서는 국민과 여론 주도층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게 지도자나 고위 공무원들의 능력인데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이 제대로 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거 개발연대 때는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유진오 신민당수는 "독재자 히틀러의 그 유명한 아우토반을 연상했다. 자고로 독재자는 거대한 건조물을 남기기를 좋아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신민당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고속도로를 만들어봐야 달릴 차가 없다. 부유층을 위한 호화시설이 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토 균형발전을 망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야당뿐이 아니었다. 여당인 공화당은 물론 경제기획원 재무부 등 경제부처도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고속도로 건설에 계속 힘을 실어줬다. 포항제철 건립도 숱한 여론의 반대 속에서 진행됐다.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 전 대통령도 각종 반대를 뚫고 인천국제공항 건립을 밀어붙였다.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2005년부터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지금은 선진국조차 부러워하는 국제공항이 됐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1990년 공항 후보지로 공식 선정된 이후 2001년 개항 때까지 인천공항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녹색연합 환경연합 환경정책연구소 등이 참여한 신공항문제 공동대책협의회는 "갯벌을 매립해 활주로를 만들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지반이 가라앉게 될 것"이라며 안전성 문제를 들고 나왔고 교수들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동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작다"고 질타했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여건이 다르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정부의 능력이다.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정관리 능력은 행정적인 능력과 정치적인 능력으로 구분되는데 현 정부는 정치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설득작업이나 정책 홍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용석/이정호/박신영 기자 hohoboy@hankyung.com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1990년대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형 국책 사업도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1992년부터 추진된 경부고속철도(KTX) 건설사업은 터널 공사 과정 등에서 '도롱뇽 멸종 위험'이 부각되면서 공사가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역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처럼 호재성 사업의 경우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한 반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같은 혐오시설은 지역 간 떠넘기기가 극심해진다. 대형 국책 사업이 들어서느냐,아니냐에 따라 해당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표심 잡기를 위한 정치권의 계산이 맞물리면 상황이 훨씬 복잡해진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대구 · 경북지역과 부산 · 경남지역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갈수록 약해진다는 점이다. 공동성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숙한 민주주의는 결과만 좋아서는 안 되고 과정도 좋아야 한다"며 "대형 국책 사업을 위해서는 국민과 여론 주도층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게 지도자나 고위 공무원들의 능력인데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이 제대로 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거 개발연대 때는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유진오 신민당수는 "독재자 히틀러의 그 유명한 아우토반을 연상했다. 자고로 독재자는 거대한 건조물을 남기기를 좋아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신민당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고속도로를 만들어봐야 달릴 차가 없다. 부유층을 위한 호화시설이 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토 균형발전을 망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야당뿐이 아니었다. 여당인 공화당은 물론 경제기획원 재무부 등 경제부처도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고속도로 건설에 계속 힘을 실어줬다. 포항제철 건립도 숱한 여론의 반대 속에서 진행됐다.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 전 대통령도 각종 반대를 뚫고 인천국제공항 건립을 밀어붙였다.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2005년부터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지금은 선진국조차 부러워하는 국제공항이 됐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1990년 공항 후보지로 공식 선정된 이후 2001년 개항 때까지 인천공항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녹색연합 환경연합 환경정책연구소 등이 참여한 신공항문제 공동대책협의회는 "갯벌을 매립해 활주로를 만들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지반이 가라앉게 될 것"이라며 안전성 문제를 들고 나왔고 교수들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동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작다"고 질타했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여건이 다르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정부의 능력이다.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정관리 능력은 행정적인 능력과 정치적인 능력으로 구분되는데 현 정부는 정치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설득작업이나 정책 홍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용석/이정호/박신영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