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 전 발행된 기업어음(CP)이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또 채권단과 사전 협의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이 부실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LIG건설 CP 문제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IG건설이 법정관리 전에 발행한 CP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CP 발행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29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LIG건설은 비상장 회사로 당국의 직접 관리감독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자금 상환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법정관리 전 CP를 발행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LIG건설이 발행한 CP는 총 1976억원이며 이 중 법정관리 열흘 전 발행된 CP는 42억원이다.

LIG건설로 인해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인 투자자들은 이날부터 집단행동에 나섰다. 'LIG건설 CP 투자 피해자 모임' 소속 투자자 50여명은 이날 서울 역삼동 LIG홀딩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인 LIG그룹 총수 일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자자들은 "대기업인 LIG그룹 소속이란 점 때문에 LIG건설 채권을 사들인 만큼 그룹 측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LIG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승인하면 담보가 없는 CP 투자자들의 경우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원리금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다. LIG건설의 대주주는 TAS란 인수 · 합병(M&A) 전문업체이며,LIG그룹의 총수 일가인 구본상 구본엽 구창모 구영모 씨가 TAS 지분을 모두 갖고 있다.

투자자들은 LIG그룹뿐만 아니라 이 회사 CP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LIG건설이 실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국민 선전과 동시에 LIG 관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IG건설 측은 "42억원어치 CP는 신규 발행이 아니라 기존 물량의 만기를 연장하는 성격"이라며 "다른 의도가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LIG그룹이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해선 "입장을 밝힐 만한 처지가 못 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공동 대응 검토"

LIG건설에 대출 및 보증을 서 줘 손실 가능성이 있는 은행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LIG그룹의 대주주들이 LIG건설에 대한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민병덕 KB국민은행장,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지난 28일 모임을 갖고 LIG건설에 대해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은행장은 "대기업이 책임을 은행에 전가하면 금융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며 "모럴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공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은 계열사가 어려워지면 은행권과 대주주들이 함께 손실을 분담하고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한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LG카드나 금호그룹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주주들과 채권단이 함께 손실을 나누면 회생작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며 "만약 LIG그룹 대주주들이 지금처럼 계속 외면한다면 LIG그룹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류시훈/장규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