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1부·(8) 스펙은 빵빵한데 못 믿을 전공지식 "쓸 만한 인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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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1부·(8) 이공계 인력 수급 불균형
명문대 석·박사 채용해도 이직 생각만…처음부터 재교육하는 경우도 '수두록'
해외인력 채용해도 지방 근무는 'NO'
이공계 지원·수도권 R&D단지 늘려야
명문대 석·박사 채용해도 이직 생각만…처음부터 재교육하는 경우도 '수두록'
해외인력 채용해도 지방 근무는 'NO'
이공계 지원·수도권 R&D단지 늘려야
#2.LS산전은 최근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관련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에서 배출되는 전기 분야 석 · 박사는 매년 20명 안팎.각 기업들이 이들을 놓고 영입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다. 전기 분야는 해당 학과가 학부제로 전환되면서 전기 · 전자 · 컴퓨터로 분류됐고,학생들이 인기 분야인 전자와 컴퓨터 분야로 몰리면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LS산전은 아예 해외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산업계에 이공계 인재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R&D를 담당할 우수 이공계 연구 인력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명문대 출신 석 · 박사 출신을 데려와도 이직만 생각하지 별 쓸모가 없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그린(green) 산업과 바이오 산업 등 신사업 분야에선 이런 고급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해외 현지 채용 등을 통해 애써 우수 인재를 뽑으면 공장과 연구소가 있는 지방 근무를 꺼리며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회사인 A사의 사장과 기술연구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산업 분야의 고급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 초까지 2주에 걸쳐 뉴욕,보스턴,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4개 도시를 돌며 현지 채용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작년 초부터 바이오 산업을 준비해왔지만 국내에서 연구 인력을 구하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져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바이오 분야의 우수한 석 · 박사 출신들을 확보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며 "해외에서 인력을 뽑아도 졸업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려 당장 급한 불을 끄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디스플레이용 부품을 만드는 대기업 A사도 지난 해 60명의 고급 R&D인력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절반도 채 채우지 못했다. 지원서는 선발인원의 3배 가까이 몰렸지만 뽑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공계 대졸 직원을 뽑아도 현장에서 1년 이상 재교육을 시켜야할 정도로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고 전했다.
◆수원벨트가 고급 인재 유치 기준
대부분의 기업 R&D 센터가 지방에 있다는 점도 고급 인력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R&D 인력 대부분이 연봉이나 장래성보다는 자녀들의 교육과 문화접근성 등을 따진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수원 이남에 R&D 센터가 있으면 우수 인재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인 '수원 벨트'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대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지방 근무 대신 서울 본사의 기획 · 마케팅 부서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길 선호한다"며 "국내 명문대나 해외 대학 이공계 출신들을 어렵게 뽑아 울산 공장에 보내면 6개월이나 1년 사이에 서울에 있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과천을 대규모 R&D 단지로"
기업들의 R&D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초 · 중 · 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어려서부터 과학 분야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금 및 병역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주변의 여유부지를 대규모 R&D센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대폭 완화하거나 2012년 이전 예정인 과천정부청사를 R&D단지로 활용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호/송형석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