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할인점 테스코의 한 매장.이곳엔 평소 주말보다 두 배 이상의 사람이 몰렸다. 쇼핑 카트엔 세제와 비누가 가득했다. 테스코처럼 큰 매장엔 그나마 물건이 있지만 작은 동네 슈퍼의 선반엔 세제 샴푸 비누 등이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전한 상하이 쇼핑가 표정이다.

방사성 물질 오염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중국 곳곳에서 사재기가 잇따라 일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타난 사재기 대상은 세제나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이다. 지난주 중국 언론들은 P&G 유니레버 등이 생활용품 가격을 5~15%씩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슈퍼마켓에선 생활용품이 갖다놓기 바쁘게 동나기 시작했다.

생활용품 사재기가 극심해지자 정부가 나섰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엄벌할 것'이라며 사실상 가격 인상을 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니레버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 원전 폭발 직후엔 방사능 오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며 사람들이 소금을 뭉텅이로 사들여 소금 파동이 일었다. 한 가족이 430년 동안 먹을 만한 양인 6500㎏을 사들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방사능 공포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뭔가 불안한 구석이 생기면 무조건 사놓고 보는 사재기가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쪽에선 물건을 사재기하느라 바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선 일본산 제품을 할인 처분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일본 식당들은 원재료가 일본산이 아닌 중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가격도 큰 폭으로 낮추며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