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영남권이 들끓고 있다. 대구 부산 경북 경남 등 신공항 유치를 추진해왔던 4개 시 · 도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짜여진 각본에 따라 백지화를 결정했다"며 "반정부 시위 등 강력한 저항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오철환 대구시의회 신공항밀양유치추진위원장은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 백지화를 언급하더니 결국 현실이 됐다"며 "지역 갈등만 부추긴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 관련 인사,국토해양부 장 · 차관은 사퇴하고 신공항 평가를 맡은 국토연구원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열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는 지방민과 소통을 스스로 단절한 정권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주민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사추진위원회는 조만간 상경투쟁을 포함,촛불집회와 궐기대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박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한 사항인데도 무산시킨 것은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신공항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 경제성이 낮아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탈락했다고 하는데 어떤 국책사업도 비수도권에서 하면 경제성 문제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권과 호남 남부권을 포함하면 2000만 국민들의 염원인 만큼 조만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권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안에 반대하는 입장이 지배적인 가운데 경제적인 논리와 현실성을 들어 김해공항 확장안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은 비용과 안전 등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는 만큼 가덕도 신공항이 최상의 선택"이라며 "민자유치를 통해 부산시가 정부와 직접 협의해 가덕도 신공항을 적절한 수준에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은 "김해공항 확장이 가능했다면 처음부터 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없었으며,이번 정부 발표는 김해공항의 문제점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셈"이라며 "앞으로 부산시와 민간이 공동으로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산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김해공항 확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정훈 한나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국비지원을 받아 김해공항 확장 후 신공항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장제원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이 국가 장기 과제로 넘어간 만큼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김태현/대구=신경원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