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30일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2년 대권 도전에 앞선 사실상의 배수진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의 대권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제 신념에 분당구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권에 앞서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인 분당을에서 '손학규의 변화'에 대해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다. 출마 선언문에도 중산층 포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았다. 손 대표는 "저는 강남민국과 강북민국을 인정하지 않으며 부자와 중산층 서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산층이 지원하지 않고 중산층이 동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대항마로 정운찬 전 총리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있는 데 대해 손 대표는 "이번 선거는 손학규와 누구의 싸움이 아니라 분열 대 통합의 싸움"이라며 "한나라당이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출마로 인한 강원지사 선거 악영향 가능성에 대해선 "장수가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 승리의 길"이라고 답했다.

손 대표의 출마 선언까지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표 차출론'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손 대표 측근들은 "4월 재 · 보선에 대표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당내 비주류에서는 "직접 출마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처음 차출론이 거론될 당시만 해도 '아이디어 차원'이었으나 이후 손 대표가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지겠다''선당후사'를 강조하면서 출마로 급속히 기울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당선 이후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도 밀리는 상황에 대해 손 대표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모는 "선거 승리를 통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선거 결과에 따라 손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분당을 지역을 비롯 이번 선거에서 완승할 경우 야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지지율도 반등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선거 패배 시엔 당내 비주류의 본격적인 견제와 함께 당 안팎에서 대권 주자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손 대표가 출마선언문에서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을 분당을 주민들에게 묻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번 선거가 갖는 정치적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