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미분양은 쌓여 자금난 가중…국민銀·주택보증 "LIG건설 시공권 회수"
"돈 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나요?" 중견 건설업체인 A사 자금담당 임원이 최근 사석에서 한 얘기다. '건설사'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건설업체들에 대해 자금 회수에 나선 것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직행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어서다. 주택 및 건설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확산도 건설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전 조율 없었던 LIG건설 법정관리
은행들은 시공능력평가 47위인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채권은행들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데다 채무액이 1조5100억원에 달해서다.
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 재조정을 통해 대출금을 일부 떼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채권에 대해서도 최대 100%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난을 겪다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도 적지 않다. 동일토건이 작년 말 신청했고 대기업 효성이 대주주로 있는 진흥기업 역시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진흥기업 최대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계열사 부실에 대해 일부 책임을 진다는 의사를 표현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다음달 25일까지 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전체 채권단의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비협약 채권자)에서 진흥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을 꺼리고 있다. 실제 정상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2금융권 여신은 진흥기업 전체(1조3000억원) 중 65% 정도다.
◆LIG건설 시공권 회수도 추진
은행들은 LIG건설이 공사를 진행 중인 아파트 사업장 2곳의 시공권도 회수할 태세다. 국민은행은 LIG건설의 서울 망우동 '중랑숲 리가'(381가구)와 경기도 용인시 언남동 '용인구성 리가'(533가구)의 시공사 교체를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약정에 시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시공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시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PF 보증을 서준 2개 사업장은 신탁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채권은행이 신탁사와 협의를 통해 시공사를 교체할 수 있다. '중랑숲 리가'는 KB부동산신탁,'용인구성 리가'는 대한토지신탁이 시행을 맡고 있다. LIG건설 측은 이에 대해 시공만 맡은 사업인 데다 2개 사업장 모두 분양률이 90% 이상으로 분양수익금이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등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시공을 계속 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주택보증도 LIG가 시행을 맡은 서울 사당동 '이수역 리가'(452가구)와 '서울역 리가'(181가구)를 사고 사업장으로 분류,LIG건설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 인가 여부가 결정되면 시공사 교체 또는 분양금 환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미분양 적체로 부도 공포
올 들어 주택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은 더 늘고 있다. 수도권 및 지방 미분양 · 미입주 물량에다 금리까지 인상돼서다. 금융권이 작년 말부터 신규 PF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으면서 자금 회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이어지면서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조재길/장규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