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이가 그대들에게 영국을 찬양하면,그는 영국인일 것이다. 만약 프러시아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그는 프랑스인,스페인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그는 스페인 사람이다. '

스페인의 역사학자 페르난도 디아스 플라하의 말이다. 스페인은 그만큼 지역감정이 심한 나라다. 북부 바스크 지역은 유난하다. 스페인 사람들의 조상은 아프리카 북부에서 건너온 이베로족과 피레네 산맥을 넘어온 켈트족이 합쳐진 켈트 이베로족이다. 이에 비해 바스크인들은 10만년 전부터 그곳에 터를 잡았고,7000년 전부터 고유어인 에우스케라어를 써왔다.

◆주도 비토리아에서 마시는 리호아 와인

바스크는 영토는 작지만 특유의 근면함으로 스페인에서 1인당 가구소득이 가장 높은 부유한 지역이다. 바스크를 여행하면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에 감탄하게 된다.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피레네 산맥과 대서양 비스케이만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도 뛰어나다. 바르셀로나,마드리드와는 다른 차분하고 여유로운 스페인을 만날 수 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은 빌바오가 주도(州都)인 비즈카야,비토리아가 주도인 알라바,산세바스티안이 주도인 기푸즈코아 등 3개 지역으로 나뉜다. 이 중 바스크 자치주의 주도 비토리아는 해발 고도 500m의 언덕에 펼쳐진 고즈넉한 도시다. 12세기 나바라 국왕 산초 6세가 언덕 위의 요새 도시로 건설했다.

비토리아는 시원한 광장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역은 시가지 남쪽에 있고 구시가까지는 보행자 전용인 에두아르도다투 거리가 이어진다. 거리의 끝에는 도시의 중심인 스페인광장이 있고,광장을 둘러싼 야외 카페는 진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광장 북쪽 일대가 구시가다. 이곳에는 여러 갈래의 좁은 골목이 타원형으로 나 있는데 그 사이에 산타마리아 성당과 고고학박물관 등이 흩어져 있다. 스페인광장 남서쪽으로는 녹음이 우거진 플로리다공원이 있어 여유로이 산책을 즐기기 좋다.

주도였던 만큼 곳곳에 유서 깊은 음식점도 많다. 산타마리아 성당 앞에는 15세기에 지은 '엘 포탈론(www.restauranteelportalon.com)'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한때 여관이었던 이곳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어두운 실내는 마치 오래된 박물관 같다. 지역 음식인 훈제 양고기,생선 스튜,스테이크와 푸아그라 요리를 시켜 놓고 이 지역 와인인 리호아 한 병과 시에스타를 즐기면 미각이 탄성을 지른다.

◆콘차 해변의 산세바스티안

스페인 북부 여행의 막바지,바다가 보고 싶어 산세바스티안으로 향한다. 영화제로도 유명한 곳인데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2003년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곳이다.

'조개'라는 뜻의 콘차 해변은 '비스카야만의 진주'라는 찬사를 받는 스페인 최고의 해변이다. 해변 양쪽 끝에는 두 개의 작은 산인 몬테 우르구이와 몬테 이헬도가 해변을 두르고 있고,바다 가운데에 산타클라라 섬이 놓여 있다. 몬테 이헬도 지역은 신시가지,몬테 우르구이 지역은 구시가지다. 몬토 이헬도 언덕 정상에는 전망대와 유원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케이블카인 푸니쿨라나 버스로도 오를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를 걸으며 경관을 즐기는 몬테 우르구이를 택한다. 푸른 언덕과 콘차 해변을 양쪽에 두고 굽이굽이 올레길을 20분쯤 걸어오르자 숨막히는 절경이 펼쳐진다. 12세기 요새였던 언덕 정상 모타성 위의 예수 동상이 거대하다. 산세바스티안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아름답다.

산책을 마치고 구시가지로 내려와 허기진 배를 채운다. 스페인 최고의 식도락 지역으로 명성이 높은 바스크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도 기본은 한다. 스페인의 유명한 요리사들 중 바스크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꼭 먹어보아야 할 메뉴는 '하몽'.돼지 뒷다리의 넓적한 부분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건조,훈연시켜 만든다. 하몽은 크게 분홍 돼지인 하몽 세라노와 흑돼지인 하몽 이베리코로 대별된다. 그중 이베리코가 더 맛있고 값도 몇 배 비싸다. 달콤한 멜론 위에 얹어 나오는 얇은 하몽의 달콤 짭짤한 맛이 환상적이다.

◆여행팁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가려면 뮌헨,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뮌헨,마드리드에서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다. 버스로는 빌바오에서 50분~1시간이면 충분하다. 하루 2편 있는 기차로는 마드리드의 차마르틴역이나 바르셀로나 산츠역에서 5시간30분쯤 걸린다.

바스크 지역에 관한 여행 정보는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 바스크 지역 관광정보 사이트(www.basquecountrytourism.net)나 산세바스티안 관광안내소 홈페이지(www.sansebastiantourismo.com)가 유용하다. 5~9월에 간다면 길이 250㎞의 해변인 '코스타 바스카'를 빼놓지 말자.산세바스티안 구시가 골목 안에는 바닷가재,새우,조개 등 각종 해산물을 바로 잡아 만들어주는 음식점이 많다.

비토리아 · 산세바스티안(스페인)=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