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음식인문학》에서 비빔밥의 뿌리를 추적한다. 주 교수에 따르면 비빔밥은 1920년대 근대 도시에 외식업이 생겨나면서 널리 퍼지게 됐다. 별다른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손님 앞에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외식업체의 대표적 음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비빔밥은 밥과 반찬을 같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도 잘 맞았다.
1929년에 나온 잡지 《별건곤》의 기사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잡지는 비빔밥을 '값도 10전,상하계급을 물론하고 쉽게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저자는 비빔밥의 양념으로 고추장이 쓰이게 된 유래도 밝혔다. 비빔밥의 고명으로 쓰이는 쇠고기 육의 비린 맛을 줄이고 살균효과를 얻는 데 고추장이 효과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비빔밥의 원조가 전주로 굳어진 이유가 1980년대 '향토음식' 바람 때문이라 말한다. 전두환 정부 시절 각 지역의 행정부서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선정했고,그것을 판매하는 '팔도미락정'이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이때부터 전주비빔밥이 전국적인 명성을 확보하며 퍼졌다는 것.따라서 주 교수는 비빔밥을 '발명된 전통'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처럼 음식을 생산과 소비에만 집중하지 않고 철학 역사 국가정책 등 다양한 인문학과 함께 섞어낸다. 그밖에 '한국에 왜 매운음식이 발달했는가' 등의 주제도 흥미롭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