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낙천적이면 오래 산다? 당신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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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살까지 살까? | 하워드S.프리드먼·레슬리R.마틴 지음/ | 최수진 옮김 | 쌤앤파커스 | 368쪽 | 1만6000원
80년에 걸친 수명연구
성공한 사람들의 장수 이유…풍족한 돈 아닌 성실한 생활
80년에 걸친 수명연구
성공한 사람들의 장수 이유…풍족한 돈 아닌 성실한 생활
수년 전 예일대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후의 약물치료에 관한 무작위 추출연구가 진행됐다.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은 프로프라놀롤이라는 치료제를,다른 쪽은 설탕으로 만든 위약을 먹였다. 관찰 결과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른 환자의 경우 치료제를 먹었든 위약을 먹었든 생존 가능성이 가장 컸다. 치료에 완전히 협조하는 성실한 자세가 약물치료 자체보다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미국인 1500명을 80년 동안 추적 연구한 결과에서도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 1921년 루이스 터먼 스탠퍼드대 교수는 1910년을 전후해 태어난 소년,소녀 1500명을 선발했다. 성인이 된 이후의 잠재력을 어린 시절에 알아볼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터먼 교수는 1956년 세상을 떴지만 후배 연구자들이 연구를 계속하면서 사상 초유의 수명연구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1990년 이 연구를 이어받은 심리학자 하워드 프리드먼과 레슬리 마틴은 방대한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강과 장수에 대한 대부분의 통념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그런 통념의 하나가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은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많아 아랫사람보다 일찍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요절할 가능성이 제일 낮았다. 가장 성공한 그룹은 성공하지 못한 그룹보다 평균 5년을 더 살았다.
이는 성공한 사람들이 훌륭한 의사,좋은 헬스클럽,안전한 집을 구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성실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성실한 사람들은 일생 동안 건강한 환경과 사회적 관계를 스스로 형성해 오래 살 수 있는 인생 경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담겨 있다. 저자들은 의학적 요소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실험 참가자 가운데 장수한 사람들의 건강 비결이 브로콜리나 건강검진,비타민,조깅 따위가 아니었다는 것.기혼자가 독신자보다 오래 산다거나,걱정은 건강에 해롭다는 통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더 장수한다는 믿음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중년 여성의 경우 종교를 가진 여성들이 더 오래 살았는데 이는 기도나 명상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커뮤니티 활동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낙천적 · 낙관적인 사람이 장수한다는 말은 맞을까. 저자들은 낙관주의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간과하거나 무시하게 하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토리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걸 보고 하늘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파국론자는 오래 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국론자의 상당수는 요절했고,사고나 폭력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부모의 죽음보다 이혼이 아이들의 인생에 더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이혼하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보다 평균 5년 일찍 사망했다.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모든 질병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거대한 알약'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건강과 장수에 이르는 각자의 경로를 설정하고 더 순조로운 길로 조금씩 다가서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길은 안정된 가정과 사회적 지지 기반,성실하고 근면한 성품과 성취감,건강한 사람들과 어울리기,길에서 벗어났을 땐 건강한 인생 경로로 다시 돌아오기,사회 · 정서적 유대관계,인내심과 근면성에 비탕한 회복력과 통찰력,억지운동보다는 생활패턴에 집중하기,적당한 걱정 등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