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번복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제일창투가 감사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재감사를 받겠다고 31일 밝혔다.

재감사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 상장 폐지 사유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의견이 변경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데다 회계법인이 재감사에 불응하는 경우도 많아 제일창투가 상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제일창투는 지난 18일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고 공시했으나 실제로는 '거절'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시장에 혼란을 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맡은 대현회계법인의 한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감사보고서를 수정, 제일창투에 전달했다는 것.

감사보고서를 '의견 거절'로 정정한 제일창투는 현재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기존 감사인인 대현회계법인에게 재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앞으로 15일 이내에 상장위원회를 열고 심의일로부터 3일 이내에 상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일창투의 의도대로 재감사에서 '적정'으로 감사의견이 정정된다면 상장위원회에서 상장 유지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감사의견이 단기간에 변경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신뢰도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기업과의 부적절한 거래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현회계법인이 재감사에 응할지조차 미지수다.

수정된 감사보고서에서 대현회계법인은 "제일창투가 감사범위를 제한해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회계법인은 회사 측의 부실한 자료 제공 등을 이유로 재감사를 거부할 수 있다.

대현회계법인은 제일창투의 재감사 진행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대현회계법인 외에 다른 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의뢰할 수는 없을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회계법인 이외에 타사에서 감사를 받을 경우 회계의 통일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이 경우 상장위원회에서는 재감사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