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손실 책임을 지고 사임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31일 행정법원에서 승소함에 따라 당초 금융당국의 징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09년 9월 황 전 회장에게 우리은행 재직 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부과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임원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금융감독원장의 건의에 따라 당해 임원의 업무집행 정지를 명하거나 주주총회에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은행법 54조를 적용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CDO와 CDS의 유통시장이 좁아 중도매각이 어렵고,매각 대상도 한정돼 있는 점을 간과한 채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었다. 우리은행은 CDO와 CDS에 1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 중 약 90%에 해당하는 1조62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황 전 회장의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입은 손실은 1조18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 종전에 운영되던 리스크관리협의회 사전 심의 절차를 폐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고위험 투자를 강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난 뒤 발생한 투자손실에 대해 최초의 투자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은 중징계 결정 때부터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감독당국 책임론에 더 무게를 두기도 했다. 당시 은행들의 투자은행(IB)업무를 확대하는 분위기에서 황 전 회장의 파생상품 투자가 이뤄졌는데도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감독당국이 방관하다 뒤늦게 중징계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황 전 회장에 대한 제재 결정이 옳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