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신상품 상장이 잇따르면서 이르면 상반기에 'ETF 100개 종목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아직 부족한 외국인 참여와 제도적 걸림돌은 과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현재 국내 상장된 74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6조8908억원이다. 지난해 3월 말(4조8115억원) 이후 1년간 43.21% 급증했다. 2009년 말까지만 해도 4조원을 밑돌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14개 종목,올 들어서만 10개 종목이 추가로 상장되며 7조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1일 우리자산운용의 미국달러선물 인버스ETF까지 상장되면 총 75개 ETF가 구비된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을 얻는 펀드다. 인덱스펀드와 비슷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다양한 기초자산과 높은 유동성을 무기로 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안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리비아 사태나 일본 대지진으로 지수가 크게 출렁이면서 지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버스ETF나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KODEX재팬ETF가 히트를 쳤다"며 "기존 펀드에 비해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특히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 · 화학업종 주가를 따라가는 KODEX에너지화학ETF가 올 들어 23.28% 상승(30일 기준)하는 등 수익률 면에서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3월15일 상장한 KODEX구리선물이 보름 만에 5.10%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선방하면서 원자재ETF도 큰 주목을 끌었다.

업계의 신상품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본부장은 "펀드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상품을 ETF로 내놓는 게 장기적 목표"라며 "옥수수와 밀,커피 등 농산물을 위주로 연말까지 7~10개 종목을 추가로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기존 회사 외에 새로운 운용사 두 곳이 ETF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회사채, 물가연동형 국고채,현물 형태의 원자재ETF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연내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측은 외국계 운용사를 통해 해외 ETF를 국내에 교차상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장의 주요 축인 연기금과 외국인 참여가 부족한 점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다. 한 전문가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펀드와 개인퇴직계좌(IRA)를 통해 ETF를 자유롭게 운용하게 되면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며 "퇴직연금법 관련 규정을 통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운용사들은 해외주식형 ETF에 대한 배당소득세(환매시 매매차익 15.4%)도 시장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와 달리 단기 매매가 많은 ETF의 특성상 이익 기회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를 산정하는 MSCI바라 측과 거래소 간 지수사용권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일부 지수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