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발광다이오드) 조명 기업 화우테크놀러지가 사실상 동부그룹에 넘어갔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화우테크는 동부하이텍동부CNI에 각각 신주 300만주와 288만주를 발행하는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가액 2700원을 기준으로 약 158억원 규모로 증자가 진행된다.

납입일인 내달 8일 자금 납입이 이뤄지면 동부그룹은 화우테크 지분 23%를 확보, 최대주주인 유영호 대표(지분율 23.2%)에 버금가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동부그룹이 사실상 화우테크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지난 28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최대주주가 경영권 양수도와 관련한 지분 매각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대주주인 유 대표 보유주식은 대부분 금융권 등에 담보로 잡혀있다. 실적 악화로 최근 주가가 폭락하는 과정에서 이 지분 상당수가 반대매매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28일 화우테크 주식의 하루 거래량은 근래 들어 가장 많은 2450만여주를 기록,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공시 이외에 더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동부그룹의 화우테크 인수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기존 반도체 사업과 LED 조명 사업 간 연관성이 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서다.

화우테크가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낸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유 대표 등 기존 대주주 입장에선 협상의 주도권이 없었고, 이 때문에 동부그룹은 싼 값에 지분을 받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화우테크는 지난해 영업손실 93억원, 당기순손실 164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회사 집계치는 영업이익 52억원, 당기순손실 102억원이었으나 외부감사인은 일부 매출채권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화우테크 주가는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불과 닷새만에 반토막이 났다. 동부그룹의 주당 인수가액(2700원)은 프리미엄은 커녕, 이달 초 주가와 견줘 50% 넘게 디스카운트 됐다. 작년 말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할인율은 65%에 달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화우테크가 그간 LED 조명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았음에도 유통망을 갖추지 못 해 판매에는 애를 먹었는데, 동부그룹이 인수한다면 제조와 판매 모두에서 강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