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쿠웨이트 내각 각료들이 31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국영 뉴스통신사 KUNA가 보도했다.

루단 알 루단 국무장관은 “장관들이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총사퇴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쿠웨이트 내각은 의회가 부정수뢰 및 업무 수행 부진 등을 이유로 경제부총리,정보·석유장관,외무장관 등 왕가의 일원인 장관급 인사 3명에 대해 의회 심문을 추진하자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총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들을 의회에 출석시켜 정책 수행과정의 과오를 추궁하는 것은 일반 국가 의회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쿠웨이트에서는 장관에 대한 의회 심문이 국왕에 대한 도전이라는 인식 때문에 매우 드물게 있다.

쿠웨이트 수니파 의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레인 시아파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과 경찰 병력을 파견하며 적극 지원한 것과 대조적으로 쿠웨이트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쿠웨이트 정부는 외무장관이 의회에서 바레인 시위사태를 주제로 추궁당할 경우 자국 내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고 판단,결국 내각 총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쿠웨이트에서는 최근 5년간 의회와 정부 간 마찰로 인해 모두 5차례의 내각 총사퇴와 3차례의 의회 해산이 이뤄진 바 있다.

내각이 총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셰이크 사바 국왕은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국왕이 내각 총사퇴를 수용키로 결정하면 그는 셰이크 나세르 총리나 또는 새로운 총리에게 새 내각을 구성토록 지시하게 된다.쿠웨이트 의회는 이번 내각 총사퇴를 계기로 국왕의 조카인 나세르 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웨이트 야권과 청년단체는 나세르 총리가 지난해 12월 야당 의원들의 집회를 강경진압하고 알 자지라 쿠웨이트지국을 폐쇄하는 등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나세르 총리의 해임을 강력 촉구해 왔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