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은퇴한 뒤 미국 LPGA투어는 극심한 '스타 플레이어 기근'에 허덕였다. 스타 없는 투어는 인기 추락으로 이어졌고 스폰서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네트워크채널의 TV 생중계도 사라진 지 오래다.

투어 흥행에 목말라하는 LPGA투어에 산드라 갈(독일)이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갈은 지난주 세계 랭킹 2위 신지애에게 1타차 역전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갈은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1라운드에서도 선두권에 포진했다.

갈은 1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 · 6738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버디 7개(보기 2개)를 솎아내며 5언더파 67타로 공동 3위를 달렸다. 자신감이 붙은 듯 아이언샷도 더욱 정교해졌다. 8번홀(165야드)에서는 '홀인원성 버디'를 했고 10번홀과 16번홀에서는 1.5m 버디를 노획했다.

갈은 스타 선수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을 갖췄다. 수영복 화보에 등장할 정도로 미모에 '명문' 플로리다대 졸업,5개 국어 능통 등 지적인 면까지 갖췄다.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아시아 선수가 아닌 유럽계라는 점이다.

LPGA투어에서 사실상 가장 큰 대회는 메이저대회보다 미국과 유럽 대표선수들이 겨루는 '솔하임컵'이다. 갈은 유럽의 간판 선수라는 점에서 최고의 흥행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그는 이날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붉은색 민소매 티셔츠에 검은색 핫팬츠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LPGA투어는 그동안 미셸 위에게 많은 기대를 걸어왔다. 2005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프로로 전향할 때만 해도 미 언론들은 타이거 우즈의 프로데뷔전과 같은 비중으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갈처럼 명문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이고 183㎝의 늘씬한 몸매와 폭발적인 장타력을 갖췄다.

그러나 미셸 위는 데뷔 후 6년간 단 2승에 그치며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여전히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지만 갈의 등장으로 자극을 받아 선의의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위는 이날 샷과 퍼팅이 난조를 보이면서 보기 3개(버디 1개)를 범하며 2오버파 74타로 공동 55위에 머물렀다. 그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뜨거운 날씨에 런이 많았는지 303.5야드로 발표됐다.

LPGA의 또 다른 기대주는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다. 2005년 데뷔한 크리머는 통산 9승을 따내며 명성에 맞는 활약을 했다.

하지만 크리머는 불 같은 성격 탓에 제 성질을 참지 못하는 단점을 지녔다. 이날도 4번홀 그린에서 짧은 퍼팅이 홀을 돌아 나오자 골프백을 발로 차고 퍼터를 내던지는 행동이 TV 화면에 그대로 노출됐다. 크리머는 1오버파 73타로 공동 41위다. 그러나 크리머도 여전히 투어의 미래를 짊어진 선수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박세리는 신지애 최나연과 나란히 1오버파 73타를 쳤다. 2009년 챔피언 브리타니 린시컴과 스테이시 루이스(이상 미국)가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선두에 나섰다. 재미교포 제인 박이 4언더파 68타로 공동 5위,김미현과 양희영이 2언더파 70타로 공동 10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