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들이 내년에 치르는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정원 대비 75%'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시험과목 중 한 과목이라도 만점 대비 40%에 미달해 '과락'이 나올 경우 무조건 불합격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4일 "변호사 시험법에 따라 과락을 도입했다"며 "과락자는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과락자 숫자에 따라 정원 대비 75% 이상이라는 합격률은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1기에 한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입학정원(1기 2000명)의 75% 이상으로 한다"고 한 발표와 다소 상충되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최근 확정한 '변호사시험 과목 배점 및 합격 · 과락 기준'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과목은 민사법,공법,형사법,선택과목 등 총 4개.각 과목별로 선택형과 사례형,기록형 등 3개 유형의 시험이 있다.

과목마다 3개 유형별로 채점을 따로 한 후 합산해 과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난이도에 따라선 과락자가 대거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채점과정상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점수 조절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로스쿨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져 신규 변호사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그간 1기 로스쿨생 중 적어도 1500명,사법연수원 수료자 1000명 등 총 25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2012년에 쏟아질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로스쿨 2기부터의 합격률은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종섭 서울대 로스쿨 원장(로스쿨협의회 회장)은 "과락은 자격 미달자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합격률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부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대량 과락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로스쿨 교육이 단기간이고 실무교육이 불충분하다는 현실을 감안해 시험을 오픈북으로 진행하는 등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법조인들은 시험 난이도 설정 및 채점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사법시험의 경우 과락 커트라인이 40점인데 합격자 평균이 40점대 후반,수석이 50점대 후반일 정도로 엄격하다"면서 "변호사시험에 관여하는 로스쿨 교수들이 '점수 퍼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