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초저금리를 고집하던 미국과 유럽까지 금리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중동지역 정정불안에 일본 대지진이 겹치면서 커진 인플레 압력을 누르기 위해서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준 금리를 올해 하반기에 0.75%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인 0~0.25%로 유지해왔다. 그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0.8%에서 올해 1.3%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적완화 정책을 반대해온 토머스 호그니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도 "기준 금리를 1%로 인상한 뒤 시장이 진정되도록 기다렸다가 2%로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에 비해 0.5% 올라 2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유로존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0%를 훌쩍 넘어서자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로존의 3월 CPI는 전년 동기에 비해 2.6% 올라 2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인플레율은 물가 안정의 일반적 수준을 웃돌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일 열리는 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소폭 오를 전망이다. ECB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4.25%였던 기준금리를 2009년 5월까지 단계적으로 1% 수준까지 끌어내린 후 22개월째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

인플레 압력으로 지난해부터 금리를 올려온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이달 중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반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도 지난달 30일 금리를 0.125%포인트 올렸다. 올 들어 세 번째다. 베트남도 1일 기준금리인 재할인 금리를 연 13%로 1%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7번째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 카드가 확산되는 것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카드가 확산되는 것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NIMEX)에서 85~90달러 안팎이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값은 2월 중순부터 급등,지난달 31일 106.72달러(5월 인도분)까지 뛰었다. 30개월래 최고다.

국제곡물 가격은 일본 지진 영향에다 미국의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급등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콩 5월 인도분은 부셸당 14.10달러로 1년 전보다 4.69달러(49.9%) 올랐다.

김태완/강유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