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8일자 A1,3면에 특종 보도한 이후 큰 사회적 파장을 빚고 있는 상장사 준법지원인 의무채용 제도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어제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성명에서 "법률전문가가 상시적으로 분쟁소지를 예방해 법률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윤리경영 실천이란 관점에서 기업 이미지를 높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성명에서 제시한 제도 취지는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변호사단체들의 내부 설명과는 판이해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호사회는 내년 로스쿨 졸업생 배출로 쏟아질 변호사들의 실업대란 해소대책의 일환으로 변호사들의 기업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다. 서울변호사회는 홈페이지 '집행부 동정'란에 "젊은 변호사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준법지원인으로 일할 수 있게 적극 도와달라고 대한상의 전경련 등에 요청했다"고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변호사회는 준법지원인의 주임무가 기업 의사결정과 업무집행 과정에서의 법률분쟁 예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경험이 일천한 젊은 변호사들에게 맡기라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변호사 자격증이 법률 이외 분야의 능력을 어떻게 담보하며, 경험없는 변호사가 기업의 복잡다기한 경영위험 예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정작 이들을 고용해야 하는 상장사들은 반문하고 있다.

준법지원인을 명시한 상법이 통과된 지 이미 2주일 이상 지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게 됐다. 이 제도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확보하려면 적용 대상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30여곳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법이 강구돼야 하겠다. 이 기준은 비상근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기업 규모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도 준법지원인이 감사위원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준법지원인과 똑같은 일을 하는 상근감사를 둔 2조원 미만 상장사에도 채용을 강요한다면 이는 변호사 일자리 챙기기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이 무슨 법률전문가들의 횡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