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으로 고통 의식불명 속 연못에 빠져"

지난달 돌연 폐사한 독일의 '국민 애완동물'인 북극곰 크누트의 직접 사인은 익사라고 독일 전문가들은 1일 밝혔다.

조사를 주도한 라이프니츠 동물원.야생동물 연구소의 헤리버트 호퍼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누트가 심각한 뇌염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우리 안의 연못에 빠져 죽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만 4세인 크누트는 지난달 19일 관람객 600~7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안에서 제자리를 몇 차례 빙빙 돌다가 연못 쪽으로 쓰러졌고 잠시 후 연못에서 사체로 떠올라 독일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또 이 연구소의 병리학자인 클라우디아 센틱스 연구원은 기자회견에서 부검 결과 크누트가 뇌의 염증과 부기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베를린 자유대학 수의학과의 아힘 그루버 교수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뇌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루버 교수는 "감염이 수주일, 또는 수개월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크누트의 행동에서 이상 조짐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극곰의 수명은 야생에서 보통 15~20년이며 동물원 같은 사육시설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크누트의 폐에서 다량의 액체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직접 사인은 익사이지만 뇌의 염증 상태를 고려할 때 그가 물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크누트가 동물원에서 사육되면서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센틱스 연구원은 조사 결과 크누트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겪은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12월 5일 출생 직후 어미한테 버림받아 사육사의 손에서 자란 크누트는 귀여운 용모와 행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인형, 마시멜로 등의 캐릭터로 등장하고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제작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한편 크누트의 사체는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의 기후변화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