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주의 '황당 법안'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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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인상 국회 승인"…지나친 행정권 침해
"건국공로자에게 연금을"…다주면 年10조 필요
"건국공로자에게 연금을"…다주면 年10조 필요
18대 국회 의원들이 법안을 내면 10개 중 1개만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법제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18대국회에서 올 3월 말까지 의원들이 낸 법안은 1만774건으로 이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13.7%인 1472건에 그쳤다. 치밀한 준비보다는 입법 실적을 쌓기 위해 "일단 법안을 내고 보자"는 의원들의 '한건주의 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등이 법안 발의 수로 의원을 평가하자 의원들도 이에 휘둘려 질 낮은 법안들이 양산되고 있다"며 "법안의 통과율도 함께 평가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의원입법 중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익은' 법안이 적지 않다. 지난달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낸 '물가안정에 관한 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다. 법은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물가안정 목표치보다 공공요금 인상률이 높으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자구노력 없이 요금만 먼저 올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국회의 행정권에 대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국회는 이미 국정감사나 상시 업무보고 등을 통해 행정부를 충분히 감시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은 공기업의 재정상황과 원가 등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지 국회의 재가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규성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개발제한구역 주민이 생활비용보조사업 대상자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세금 납부와 연금 납부,재산 내역 등을 관계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개인정보를 정부가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있는 자에게 연금을 주자'는 법안을 내놨다. 취지는 좋지만 법안엔 '건국에 대한 공로'의 구체적 정의가 없다. 이 법안은 "활동의 입증도 어려울 뿐더러 애국활동 단체에 소속된 74만명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연간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는 반대논리에 막혀 국회 정무위에 3년째 계류 중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등이 법안 발의 수로 의원을 평가하자 의원들도 이에 휘둘려 질 낮은 법안들이 양산되고 있다"며 "법안의 통과율도 함께 평가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의원입법 중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익은' 법안이 적지 않다. 지난달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낸 '물가안정에 관한 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다. 법은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물가안정 목표치보다 공공요금 인상률이 높으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자구노력 없이 요금만 먼저 올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국회의 행정권에 대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국회는 이미 국정감사나 상시 업무보고 등을 통해 행정부를 충분히 감시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은 공기업의 재정상황과 원가 등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지 국회의 재가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규성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개발제한구역 주민이 생활비용보조사업 대상자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세금 납부와 연금 납부,재산 내역 등을 관계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개인정보를 정부가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있는 자에게 연금을 주자'는 법안을 내놨다. 취지는 좋지만 법안엔 '건국에 대한 공로'의 구체적 정의가 없다. 이 법안은 "활동의 입증도 어려울 뿐더러 애국활동 단체에 소속된 74만명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연간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는 반대논리에 막혀 국회 정무위에 3년째 계류 중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