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성에 안 찬다. 할 일이 많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사진)이 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 행사장을 직접 둘러본 뒤 취임 6개월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구 부회장은 "아직도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며 "뭐든 조금 더 독해지고,세게 해야 한다. 악착같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패하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LG전자의 사령탑에 올라 경영 정상화와 조직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1 북미 가전쇼(CES)'에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예전 LG전자는 강하고 독했는데 이 부분이 많이 무너졌다"며 '독한 LG'를 강조했었다.

최근 삼성전자와 시장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3D(3차원) TV와 관련해선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물건이 좋으면 사람들이 안 사겠느냐"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또 이날 행사에 대해 "멋있다. 얼마나 멋있는지 잘 표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인 권희원 부사장은 "삼성전자와의 3D TV 격차를 벌리겠다"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지난 2일 행사장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소비자들이 편광필름(FPR)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을 통해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삼성전자 방식(셔터글라스)보다 디스플레이 위에 필름을 덧붙여 입체감을 내도록 하는 자사의 편광필름 방식을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소비자들은 정직하다"며 "마케팅이 동등하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들은 우리 조사대로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부사장은 삼성전자와의 3D TV 기술 논쟁에 대해 "내가 삼성 방식을 1세대라고 한 것은 경쟁사를 나쁘게 봐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TV사업의 수장으로 LG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숨기지 않았다. "(삼성이 우리 제품의) 시야각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도 연구 많이 했다"며 "절치부심한 건데 함부로 했겠는가. 그런데 그런 걸 막 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PC방에서 셔터안경 방식이 되겠느냐.그냥 모니터를 3~4시간씩 봐도 피곤한데 셔터안경을 끼고는 못한다"면서 "경쟁사 제품도 좋지만 고객 입장에서 편한 게 어떤 것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권 부사장은 무안경 3D TV 개발을 위해 인수 · 합병(M&A)을 포함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올 1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조금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