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3개월간 ℓ당 100원씩 인하한다.

SK에너지는 오는 7일 0시부터 전국 4400여 SK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주유한 소비자에게 ℓ당 100원씩 할인해주기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 중 SK가 ℓ당 100원을 카드사에 대신 지급하고,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이를 뺀 금액만큼 청구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종류와 상관없이 할인받을 수 있으며,기존 신용카드별 할인 혜택도 그대로 적용한다. 신용카드가 없는 소비자는 주유소에서 보너스카드를 발급받은 뒤 ℓ당 100원을 OK캐쉬백 포인트로 돌려받게 된다. 포인트는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다음 주유 때 사용할 수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공장도 가격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주유소까지 가격 인하 효과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 직접 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의 휘발유와 경유 하루 판매량은 각각 7만배럴,11만배럴 수준"이라며 "한 달로 따지면 9억~10억ℓ로 석 달 동안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유가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에너지의 가격인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이례적 가격인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SK에너지는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되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큰 폭으로 값을 내린 것엔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가 가격인하를 예고한 7일부터 다른 정유사들도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장관의 이른바 '성의표시' 요구에 업계가 답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 장관은 지난달 23일 "영업이익이 나는 정유사들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이나 제당업계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언급한 뒤 유가인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대대적 담합 조사를 벌이는 등 정유업계를 압박해 왔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