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발 공포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의 해악에 대한 공포 심리를 제품 마케팅에 이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공기청정기나 진공청소기에 원전용 필터를 장착했다고 소개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방사능을 걸러내는 정수기가 등장했다고 홍보하는 업체도 있다. 요오드 성분이 함유된 식품들을 마치 방사능 오염 치료제인 것처럼 과대 광고하는 행위도 다반사다.

공포나 불안심리는 사회 구성원들이 충분한 정보나 지식을 갖지 못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이 심리를 부추겨 이익을 꾀하거나 이슈를 만들어 보려는 기업이나 단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우리 사회가 덜 성숙돼 있다는 방증이다. 과학적 잣대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생활 태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범람하는 위험정보는 대중의 바다 위에 빠른 속도로 불안심리를 확산시킨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불안을 부추긴다.

방송이나 인터넷 미디어들은 때를 만났다는 듯 공포와 불안을 선동한다. 이들은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고 안전성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어떻게 기준이 마련됐는지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오로지 대기 중 방사선 누출 유무와 확산 경로에만 확성기를 들이댄다. 선정성과는 거리가 먼 일본 언론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제 3자들은 어느 나라가 재난을 당했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근거없는 광우병 공포도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번져 나갔다. 당시 광우병 공포를 증폭시키는 데 앞장섰던 인터넷 카페 아고라에는 지금은 러시아 체르노빌 사태보다 후쿠시마 원전이 심각하다는 근거도 없는 글들이 공격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미디어 수준이 이 정도라면 기업체들이 이에 편승해 공포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공포는 루머와 괴담을 연쇄적으로 강화시키는 재귀적 속성을 갖는다.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만든다. 루머와 괴담이 떠도는 사회를 지식사회라고 부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