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된 메뉴판을 휴대폰 카메라 렌즈로 비추니 메뉴가 한국어로 보인다. 요리는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상세한 설명까지 나온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의 소음 속에서 휴대폰으로 친구와의 대화를 녹취하자 누구의 목소리인지 척척 구별해낸다.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술이지만 퀄컴코리아 연구 · 개발(R&D)센터 박사급 연구원 10여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개소한 지 불과 1년 만에 개발해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는 기술이다.

증강현실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들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는데 하나둘씩 실현되고 있다. 이미 일상 속에서 익숙해져 이제는 그다지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유명한 맛집이 어디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고,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면 가장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당장 알 수 있다.

문서 디지털화 기술로 하버드 대학 장서를 지하철 안에서 꺼내 열독할 수도 있다. 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이 전시돼 있는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의 복도를 거닐며,줌인 기능으로 붓 터치와 색감의 오묘함까지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고,선생님이 되기도 하며,통역사와 비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첨단 기술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일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기술은 소수만 이해하고 시도할 수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든 친근한 존재가 되고 있다. 노인이나 주부,어린이도 쉽게 활용하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두의 기술'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기술 트렌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그 이유는 기술이 사람들의 삶에 적극 활용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람들이 휴대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느끼듯,미래에는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기술들이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모든 정보기술(IT) 기업의 영원한 숙명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이공계 과학도와 젊은 인재들도 미래를 뒤흔들 혁신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신기술들은 복잡하고 난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쉽고 재미있어야 하며,직관적이고 간단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의 밑바탕이 될 아이디어는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낯익은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살펴보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라.상상이야말로 미래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시작점이다.

차영구 < 퀄컴코리아 사장 ykcha@qualcom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