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직원 기(氣) 살리기' 대상이 퇴직자로 확대됐다. 신세계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퇴직 후 10년간 자녀 학자금을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전액 지원할 계획이라고 3일 발표했다. 퇴직 임직원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기는 유통업계에서 신세계가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15년 이상 근속한 임원과 20년 이상 근무한 부장급 사원이다. 2002년 이후 퇴직한 임직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퇴직 후 다른 기업에 입사해 학자금을 지원받는 사람은 제외됐다.

올해 지원받는 사람은 모두 68명.이들은 자녀 수에 관계없이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는다. 신세계는 만혼(晩婚 · 늦은 결혼)이 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지원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퇴직 임직원들의 자녀 나이를 살펴본 결과 임원은 22세,부장급은 18세로 자녀 학자금에 많은 돈이 들어갈 때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직원들에게 '혹시 퇴직하더라도 최대 골칫거리인 자녀 학자금은 회사가 챙겨줄 테니 안심하고 일하라'는 메시지를 건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임직원 복지혜택은 정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녀 학자금 마련'이 퇴직 시 가장 큰 고민으로 나타나자 "회사가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회사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수시로 '제조업에서 투자대상은 설비이지만,유통업에선 사람이다. 직원에게 많이 투자할수록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한다"며 "이번 퇴직자 자녀 학자금 지원도 정 부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앞서 작년 10월 임직원들이 신세계백화점에서 상품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상시 할인율을 롯데 · 현대백화점보다 2배 높은 5~20%로 올렸고,이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5~10% 할인혜택을 신설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