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최근 신용등급 평가 대상자 3명 중 1명이 작년 한 해 동안 신용등급이 바뀌었다고 발표했다. 전체 3786만명 중 1314만명이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내렸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사람은 455만명,오른 사람은 860만명이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1년 동안 신용등급 평가대상자의 절반가량이 신용등급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을 빌릴 때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한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등급에 따라 1.2~3.3%포인트 차이가 난다. 등급이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빌린 돈을 모두 갚으라는 통보(자금회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는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군다나 유지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신용'은 추상적인 단어다. 신용을 관리한다고 하면 무엇을 관리해야 할지 모호하다. 상대를 서로 잘 아는 관계의 신용과 달리 금융회사들이 말하는 신용은 몇 가지 신용정보의 조합이다.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곳마다 신용정보를 구분하는 명칭은 서로 조금씩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식별정보,신용거래정보,연체정보,금융질서 문란정보,공공기록정보,신용조회정보 등이다.

◆신용정보 뭐가 있을까

식별정보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정보다. 신용거래정보는 가계당좌예금 개설 내역,신용카드 발급 내역,대출거래 내역,채무 보증 내역 및 채무조정 내역 등으로 가장 포괄적이고 현재 유일하게 강제 수집되고 있는 정보다.

연체정보는 등록 기준에 따라 통상 단기 연체정보(6일 이상 연체정보)와 채무 불이행정보(4개월 이상 연체정보,옛 신용불량정보)로 구분된다. 채무 불이행정보는 관리기관에 따라 은행연합회의 정보와 신용정보사의 정보로 나뉜다. 현재 금융회사 등 신용공여 기관에서 업무 목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정보다.

금융질서 문란정보는 채무에 대한 연체사실보다 금융 거래 등 상거래와 관련해 법을 어긴 적 있는지에 관한 정보다. 정보관리 기준이 여타 신용정보보다 엄격한 편이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유된다. 금융거래 등 상거래와 관련해 사기 서류 위 · 변조 또는 타인의 명의도용 등이나 가계당좌 불량,수출보험사고 내역 등을 말한다.

공공기록정보란 법원의 심판 · 결정정보,조세 · 공공요금 등 체납정보,주민등록 및 법인등록에 관한 정보,기타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정보 등이다. 종합신용정보 집중 기관인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유된다. 신용조회정보는 신용정보 주체의 신용도와 신용거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의뢰인의 조회에 따라 신용정보회사가 신용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처리 · 분석해 얻은 정보다.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은 통상적으로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개인에 대한 신상정보,신용정보들을 신용평가사의 신용평점 · 등급과 결합해 분류하는 방식이다. 직장정보를 포함한 신상정보와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여 · 수신 실적,내부연체,거래기간 등 자체 거래정보,한국신용정보 등 신용정보회사에서 받은 정보 등을 합쳐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는 타 금융회사에서 연체하거나 신용불량이었는지 등의 정보도 포함된다.

신용정보엔 반드시 연체 등 불량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량 금융회사와의 거래 등은 우량 정보로 반영된다. 카드를 몇 장씩 가지고 수시로 조금씩 연체하는 부자보다 금융회사와 오랫동안 거래하며 적절한 수준의 대출을 했다가 꼬박꼬박 갚은 중산층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다. 안정적으로 몇 개의 기관을 정해 꾸준히 성실한 거래를 하는 것이 본인 신용을 높이는 데 가장 유리하다.

◆오래된 연체부터 해결하세요

신용등급을 높이려면 대출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주로 대출과 카드 연체 때문이다. 연체를 방치하기 위한 방편들을 몇 가지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우선 주거래은행을 만들고 금융거래는 가급적 자동이체를 활용하자.주거래은행에 예금과 대출 등 금융거래를 집중시키면 결제계좌에서 대출금이 빠져나가는 날짜와 금액을 쉽게 체크할 수 있다. 또 자동이체를 하지 않고 매번 직접 돈을 챙겨넣으려면 잊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꼭 필요한 것만 발급받아야 한다. 카드가 많을수록 대금 납부를 잊거나 연체하는 등 관리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 6개월 내에 카드를 3장 이상 발급받을 경우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카드가 2장 이상일 경우 결제일을 매달 25일 등으로 통일하면 챙기기가 편하다. 현금서비스를 받았다면 결제일 이전에라도 돈이 마련됐을 때 갚아버리는 것이 낫다. 이자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연체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카드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자를 붙여 추후에 상환하는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는 연체 관리를 도와주기도 하지만,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빚 자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리볼빙 서비스는 보통 6~7등급 이상 회원들이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도가 하락하면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고 리볼빙 서비스 잔액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또 현금서비스를 리볼빙으로 장기간 결제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에 연체 정보가 공유되는 기준은 10만원 이상,5영업일 이상 연체가 발생했을 때다. 이 정보는 최장 5년까지 남아서 신용등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연체를 했다면 금액이 큰 것보다는 기간이 오래된 것부터 먼저 갚는 것이 좋다.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

가능하다면 시중은행 저축은행 캐피털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부업체 이용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혹은 간편하다는 이유로 아예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미소금융 등은 시도도 해 보지 않은 채 무조건 대부업체를 찾는다. 금리가 더 높아 손해를 볼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우려도 있다.

만약 불가피하게 대부업체를 찾아야 한다면 '대출상담'이 아니라 '단순상담'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대부업 대출상담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경향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미리 조심하는 편이 낫다. 보증도 채무다. 자신이 변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보증을 서고 능력 밖의 보증은 거절해야 한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서민금융 대책에 각종 공공요금과 4대보험 납부 기록을 우량정보로 인정하는 방안을 포함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납부 실적을 평소에 잘 챙겨 둔다면 등급을 올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주소지나 연락처가 바뀌었을 경우 금융회사에 변경 사실을 즉시 알려야 한다. 연체 사실을 고지했는데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제때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모든 신용정보 조회가 신용하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조회할 때는 등급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정보는 연 3회에 한해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휴대폰 인터넷 케이블TV 개통시 금융거래가 아닌 단순 신용조회는 신용하락과 관계가 없다. 신용등급 무료조회는 새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 등에서 가능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