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면 급한 마음에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쉽다. 한번 대부업체를 이용하거나 사채 빚을 끌어다 쓰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고금리의 수렁'에 빠져 개인의 신용도는 더 추락하게 된다. 하지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고 자신의 빚을 일부 탕감받아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패자 부활전'처럼 신용등급을 다시 높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를 도와주는 신용회복지원 제도와 서민금융지원 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신용회복지원제도 어떤 게 있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은 모두 금융회사 간 협약으로 진행된다. 빚 부담을 덜어줘 빚을 잘 갚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반면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제도는 채무자의 현재 상황에서 독촉이나 압류 걱정을 하지 않고 생활에 전념하면서 채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빚을 갚는 것보다는 빚의 독촉이나 압류로부터 보호하는 성격이 강하다. 개인 회생이나 파산은 법원이 운영 주체로서 법적 효력을 지닌 채무조정 제도다.

우선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이고 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 진 빚이 5억원 이하라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프리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원금 감면 없이 연체이자만 깎아준다. 상환 기간도 무담보채권의 경우 10년까지 연장된다. 금리 역시 당초 약정 금리의 30%가 낮아진다. 최저 이자율은 연 5%다.

프리워크아웃 제도로도 빚을 줄이기 어렵다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금융회사에 5억원 이하의 빚이 있고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는 개인채무자가 신청할 수 있다. 개인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된다. 원금은 금융회사에서 손실처리한 상각채권에 한해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상환기간은 8년까지 연장된다.

개인회생제도는 총 15억원(무담보채무 5억원,담보채무 10억원) 이내의 빚이 있는 개인 채무자가 대상이다.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만이 신청할 수 있다. 법원에서 판단하기에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있거나 지급불능이 생길 염려가 있는 채무자만 신청이 가능하다. 개인회생제도에 들어가면 5년간 변제계획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갚은 뒤 나머지 채무에 대해 법적으로 탕감받을 수 있다.

개인파산제도는 갚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많거나 고령자나 불치병 환자,장애인,특수한 조건 등으로 장기간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사람이 신청하는 제도다. 개인파산이 선고되면 채무자는 빚을 법적으로 완전히 탕감받을 수 있지만 파산자로 신용정보에 등록돼 구직활동 및 금융거래가 제한된다. 공무원 교사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이 될 수 없고 재직 중 파산선고 때 퇴직 및 면허취소의 사유가 된다.


◆신용회복 절차는

개인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할 땐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신복위는 2002년 당시 우리나라에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급증하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간 협약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개인이 신복위에 개인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신복위는 심사 후 금융회사의 동의 절차를 거쳐 개인별 신용회복 절차를 진행한다. 일단 신용회복 신청이 진행되면 금융회사의 빚 독촉이나 채권 회수는 중지된다. 신복위는 설립 후 지난 2월 말까지 100만여명에게 개인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적용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대한 상담도 신복위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신복위에선 금융소외자에 대한 소액대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신용회복 중인 사람이라면 긴급생활안정자금 시설개선자금 및 고금리 차환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신복위는 지난 2월 말까지 3만7000여명에게 1137억원을 지원했다. 부채상환 의지가 있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직업도 알선해준다. 그동안 1만8000여명의 취업을 도와줬다.

◆서민금융 지원제도 어떤 게 있나

병이 나기 전에 예방이 중요하듯 아직 신용회복 절차로 가기 전 단계라면 정부나 금융권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서민금융지원 제도를 통해 빚을 조정 받는 것이 급선무다. 일정한 소득이 있고 상환능력이 충분하다면 신용회복지원제도를 이용하기보다 서민금융지원 제도를 통해 개인의 신용을 높여가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서민금융 119' 홈페이지(s119.fss.or.kr)'를 활용하면 각종 서민금융지원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금감원은 10개 서민금융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매월 한 차례 '맞춤형 서민금융 상담'을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유관기관 합동 맞춤형 서민금융 상담에 참여하면 모든 서민금융 관련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서민금융지원제도는 자금용도별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꾸고 싶을 때 △생계자금이 필요할 때 △창업 · 운영자금이 필요할 때 △전세자금이 필요할 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을 2금융권의 낮은 금리로 갈아타고 싶다면 한국이지론의 환승론을 이용하면 된다. 한국이지론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6개월이 경과된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은행권 대출로 갈아타고 싶다면 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을 신청하면 된다.

생계자금이 필요할 땐 새희망홀씨 햇살론 근로자생활안정자금 소액신용대출 등의 제도를 활용해보자.연 소득이 30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이 5~10등급이면서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이면 은행권의 새희망홀씨를 신청할 수 있다. 새희망홀씨는 연 10~14%대 금리의 저소득 · 저신용층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이다.

2금융권에서도 연 10~14% 금리의 저소득 · 저신용층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이 있다. 연 소득 26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이 6~10등급이면서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이면 햇살론을 신청할 수 있다. 농 · 수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협 등에서 신청하면 된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근로자생활안정자금을 신청하면 연 3%대 금리의 대출을 700만원 한도로 받을 수 있다. 단 3개월 이상 직장에 재직하고 월 소득이 170만원 이하의 근로자가 의료나 혼례 장례 비용의 용도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에 가능하다. 기업은행에서 취급한다.

신용회복지원 중인 사람이 급전이 필요하다면 최대 500만원까지 연 4~6% 금리로 자산관리공사나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창업 및 운영자금이 필요한 저신용 자영업자는 미소금융재단의 미소금융 및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소상공인자금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