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주력 산업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본의 주간 경제잡지 다이아몬드는 최근호에서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가 국내선 합병을 논의중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3 · 11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해 항공 이용객 수가 크게 줄어들자 일본 항공업계 1위와 2위인 JAL과 ANA가 생존을 위해 국내선 통합 운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토 신이치로(伊東信一郞) ANA사장은 "JAL이 지난달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또 다시 항공사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해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다이아몬드는 전했다.

사토 야스히로 행장은 "원전 사고로 항공사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ANA와 JAL은) 국내선을 없애거나 노선을 통합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진 발생 직후 1주일간 ANA와 JAL의 국내선 이용객은 한달 전에 비해 각각 20%와 28%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우 9 · 11테러 이후 도산한 항공사간 합병 도미노가 이어졌다"며 "일본에서도 항공업 재편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인근 간사이국제공항과 오사카국제공항의 합병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최근 이들 두 공항의 통합을 위해 정부가 100% 출자한 신설 회사(가칭 신간사이국제공항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공항의 방만한 인력관리와 운영비에 대해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기우치 노보에 노무라증권 경제조사부장은 "도호쿠(東北) 지역 대지진이 항공 뿐 아니라 철강 조선 등 일본 주요 산업내 인수합병(M&A)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의 합병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야시로 가즈야 히마와리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일본 최대 철강회사 신일본제철과 3위 스미토모(住友)금속공업의 합병이 빠르면 내년초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두 회사가)올해 조강 생산량 4780만t으로,세계 2위를 목표로 했으나 뜻하지 않은 지진 피해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며 "도호쿠 지역에 있던 이들 제철소의 피해는 전체 조강 생산의 2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조선 분야에선 일본 2위 업체인 유니버셜조선과 6위인 IHI마린유나이티드간 합병 논의도 재점화 됐다. 유니버셜조선은 JFE홀딩스의 조선부문 자회사다. 합병이 성공하면 통합 조선사의 연간 매출은 3450억엔,건조량은 300만t으로 일본내 조선 시장의 18%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 일본 최대 조선회사인 이마바리조선소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세계적으론 6위 규모의 조선업체로 부상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일본 내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같은 업종의 같은 제품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제살 깎아먹기를 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산업계가 인수합병을 통해 재편되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