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화 환율이 1050원 아래로 하락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1100원선이 붕괴되자 증시에서는 오랜만에 환율 움직임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원화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아보려면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시장은 달러화 약세로 요약된다. 유로화, 엔화 등은 자체적으로 강세현상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재스민 혁명, 일본 대지진 사태, 유럽재정위기와 같은 강세요인이 잇달아 발생하는 중에 약세를 보이는 것은 달러화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면에서 2009년 2분기 이후 미국경제는 회복세를 보이지만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등은 위험수위에 도달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중심통화로 달러 위상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에 빠져 있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충분히 유동성이 공급되려면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약화된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신뢰를 감안하면,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면 달러화 위상이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달러화 약세로 인해 현 국제통화질서의 균열 조짐을 해소하고자 논의 중인 역플라자 체제도 명시적인 합의형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중반과 달리 경기회복세 차이로 유럽, 일본 등은 더 이상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역플라자 체제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엔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기간도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수정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가 기존의 기득권을 양보하고 출범 이후 줄곧 위안화 절상을 주장해 오는 것이 이같은 형태를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환율하락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으로, 수출과 경기는 가능한 환율유지정책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정책우선순위를 수출과 경기에 두는 과정에서 택했던 정책조합이다. 갈수록 인식문제가 어려우나 특정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요견인과 비용상승 요인으로 양분된다. 통계기법상 요인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비용요인이 70% 내외로 나온다. 지난해 7월 이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주수단이었던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다 보니깐 의도했던 정책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 최근 정부의 정책우선순위가 인플레이션 안정으로 급선회됐다. 이 때문에 환율하락(원화 절상)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를 간파한 외국인들이 추가적인 환차익을 겨냥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올바른 정책방향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원화 환율 전망은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과연 철회될 지와 연방기금금리가 언제 인상될 지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미국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3차 양적완화 추진은 난항이 예상되지만 올해 안에 금리인상은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올 하반기 이후 달러회복요인이 있긴 하나 추세적으로 강세로 돌려놓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원화 환율수준은 대내적인 요인 중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대응'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원화 환율이 10% 하락하면 소비자물가는 0.7% 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인플레이션 목표선을 벗어난 정도를 감안하면 이 목표선에 수렴시키기 위해서는 원화 환율이 1030원 아래로 하락해야 한다. 전적으로 환율로 대응한다는 전제이다. 국내외환시장에서 외국자금이 10억 달러 유입되면 원화 환율은 15원 정도 떨어진다. 종전에 외자유입 10억 달러당 10원 정도 떨어지던 때에 비하면 외자유입에 따른 원화 환율폭이 더 커졌다. 역으로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원화 환율을 1030원 내외까지 용인한다면 외국인 자금은 40억 달러 정도 추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변수가 많긴 하지만 외자유입과 코스피 지수 간의 민감도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40억 달러 외자가 유입된다면 코스피 지수 2300선 도달도 가능하다. 당분간 외국인들이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한국 증시를 밝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