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뒤늦게 제동 걸린 준법지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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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회사가 의무적으로 변호사를 채용토록 한 준법지원인 제도에 결국 제동이 걸렸다. 법 시행 전에 부작용 해소책이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불합리한 내용과 무리한 입법과정을 본지가 단독 보도한 지 꼭 1주일 만이다.
보완책이 마련된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이 그만큼 무리한 법안이었음을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함은 여전하다. 이해집단 몇몇이 합심하면 '사회적 정의'가 돼야 할 법도 주무를 만큼 한국의 상부구조가 허술하다는 생각에 오싹함마저 든다.
준법지원인은 경영위험을 줄여보자는 좋은 취지에서 비롯됐다. 회사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연간 수억원으로 예상되는 유지비용도 리스크를 고려하면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분노의 여론이 비등했던 것은 오피니언 리더 계층의 뿌리깊은 집단이기주의를 확인한 데 따른 실망감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지난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전격 통과된 데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입법로비를 시작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전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막무가내식 행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비난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업계 현안을 설명하려고 의원을 만났는데 쉬지 않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아 막막하더라"는 경험담을 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엘리트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짚어 볼 대목이다. 이익집단이나 국회의원과 마치 거래하듯이 법을 만들었다가 사단을 부른 법무부의 무소신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최고 엘리트집단으로 꼽히는 기획재정부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재정부는 관할하는 공기업에 준법지원인제를 도입하는 걸 막아내는 데만 열중했다. 상장사에 의무 도입토록 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청와대가 교통정리한다니 수습의 가닥은 잡힐 것이다. 하지만 외상만 서둘러 덮는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입은 깊은 내상을 외면한다면 필시 '신뢰의 위기'로 곪을 수밖에 없다.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부하지 말고 사후처리만큼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만성적인 갈등과 비합리를 치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
보완책이 마련된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발빠른 대응이 그만큼 무리한 법안이었음을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함은 여전하다. 이해집단 몇몇이 합심하면 '사회적 정의'가 돼야 할 법도 주무를 만큼 한국의 상부구조가 허술하다는 생각에 오싹함마저 든다.
준법지원인은 경영위험을 줄여보자는 좋은 취지에서 비롯됐다. 회사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연간 수억원으로 예상되는 유지비용도 리스크를 고려하면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분노의 여론이 비등했던 것은 오피니언 리더 계층의 뿌리깊은 집단이기주의를 확인한 데 따른 실망감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지난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전격 통과된 데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입법로비를 시작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전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막무가내식 행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비난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업계 현안을 설명하려고 의원을 만났는데 쉬지 않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아 막막하더라"는 경험담을 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엘리트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짚어 볼 대목이다. 이익집단이나 국회의원과 마치 거래하듯이 법을 만들었다가 사단을 부른 법무부의 무소신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최고 엘리트집단으로 꼽히는 기획재정부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재정부는 관할하는 공기업에 준법지원인제를 도입하는 걸 막아내는 데만 열중했다. 상장사에 의무 도입토록 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청와대가 교통정리한다니 수습의 가닥은 잡힐 것이다. 하지만 외상만 서둘러 덮는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입은 깊은 내상을 외면한다면 필시 '신뢰의 위기'로 곪을 수밖에 없다.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부하지 말고 사후처리만큼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만성적인 갈등과 비합리를 치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