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아랍계 이스라엘 영화감독 줄리아노 메르 카미스(52)가 4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팔레스타인 경찰 등에 따르면 제닌 난민촌에서 마스크를 쓴 복수의 괴한들이 카미스 감독이 탄 차창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병원 측은 “카미스 감독은 다섯 발의 총탄을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경찰은 “카미스 감독을 상대로 테러 위협이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범인을 색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기독교도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스라엘 국적의 카미스 감독은 이스라엘의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을 반대하는 정치적 활동가로 잘 알려져있다.또 배우 겸 감독으로도 유명하다.그는 최근 7년 동안 제닌에서 연기학교와 커뮤니티 극장을 운영해왔으며 자신에 대해 “나는 100% 팔레스타인 사람이고 또 100% 유대인이다”라며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 불리는 것을 거부해왔다.

몇 편의 이스라엘 비판 영화와 미국 영화 ‘테러리스트’(The Little Drummer Girl)에 출연했던 카미스 감독은 2004년 이스라엘 폭격이 자행된 제닌 어린이들의 삶과 죽음을 담은 ‘아나의 아이들’(Arna‘s Children)을 감독，캐나다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상을 수상했다.

카미스 감독은 지난 2006년 제닌에 ‘자유 극단’이라는 이름의 극장을 설립해 극을 통해 전쟁과 폭력으로 물든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개방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그러나 카미스 감독의 극단 활동은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그에 대해 비우호적이었던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로부터 “팔레스타인 전통을 위협하려는 것”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때로는 폭력에 직면하기도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