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부산자동차고 교장(60 · 사진)은 학생의 견문을 중시한다. 지난 1일 전교생 414명과 함께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1서울모터쇼' 전시장을 찾은 것도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다. 오전 6시에 버스에 올라 6시간을 달려 전시장에 도착한 이 교장은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모터쇼 같은 행사 참관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며 현장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밤 12시에나 귀가하는 당일 관람 강행군이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1999년 3월 개교한 부산자동차고는 지난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자동차 산업 분야의 기술장인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전자 등을 거쳐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인사본부장)을 지낸 이 교장은 공모제를 통해 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기업이나 학교나 공통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다"며 "관심을 쏟고 정성을 들이면 상대방도 그에 호응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지난해 말 21개 마이스터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과부에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자동차고 학생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0점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교장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평생 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할 시기에 새로운 일을 맡아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며 "학생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일본 규슈에 있는 닛산과 도요타 공장도 견학할 예정이었는데 대지진으로 취소했고 그대신 이달 하순 열리는 상하이모터쇼를 학생들과 참관하거나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을 견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교장은 "마이스터고가 뿌리 내리려면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취업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부산자동차고는 수업을 하루 10시간씩 주 50시간으로 늘렸다. 일반 학교(주 35시간)보다 15시간이 많다. 그는 "3년 후면 전문대를 졸업해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교육수준이 높아진다"며 "지난해엔 1학년 학생 120명 중 97%가 자동차정비기능사 등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대자동차 르노삼성 등 자동차 회사는 물론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등에서 졸업생 채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교장은 "하지만 졸업생들이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이 마이스터고 학생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졸업 후 2년간은 인턴 형식으로 채용했다가 군복무를 마치면 정규직으로 뽑는 방안 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