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와 모네,뭉크의 그림을 발레로 풀었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예술의 영감은 경험에서 나오죠.삶의 진실도 우리 일상 속에 있고,그 감정들을 발레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명작 그림 속에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들이 숨어 있거든요. "

지난 16년간 창작발레를 선보여 '한국형 네오 클래식 발레' 선구자로 불리는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51 · 사진)이 '발레로 떠나는 미술여행'을 8~9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 올린다.

그는 1998년 화가 김수현 씨의 작품 '초우'를 보고 영감을 얻어 같은 제목의 발레를 만들었고 2003년에는 인상파 화가 마네의 '비포 더 미러'와 모네의 '죽음을 맞은 카미유'를 보고 '블루'를 내놨다. 200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인 '마스크'는 탈춤놀이를 소재로 뭉크의 '절규''키스' 등에 나타난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최근작 '모차르트'도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들을 보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다.

"예술가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한 창작을 해야죠.'백조의 호수''지젤'을 백날 흉내내봐야 뭐합니까. 벌써 대형 발레단에 중국,대만 무용수들이 들어오잖아요. 30~40대 중견 무용수들은 자기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요. 민간 단체가 많아지고 창작이 많아져야 어린 무용수들도 꿈을 갖고 살아갈텐데 걱정입니다. "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내면의 선''12인을 위한 변주곡' 등 60여 작품을 안무했다. 2002년 미국 네바다 발레시어터의 의뢰로 '이너 무브스'를 만들어 2008년 애리조나 노바 발레단에 수출했다. 한국인 안무가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늦깎이 발레리노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197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회계학도였다. 뒤늦게 줄리아드예술대에서 발레 공부를 시작한 그는 졸업 후 모리스베자르발레단과 플로리다발레단,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약했다.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한 해 50~60회 공연한다. 중 · 고교생들에게 발레를 소개하는 '찾아가는 발레'와 '이야기가 있는 발레',발레 전문인을 재교육하는 '굿모닝 클래스' 등을 펼쳤고 지난해에는 노숙인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춤추는 노숙자'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서울발레시어터가 망하면 창작 무용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저희만 바라보는 민간 단체들이 많아요. 제가 16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만큼 온 것 같습니다. 2~3년 만에 단장이나 예술감독이 바뀌는 단체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긴 힘들죠.발레는 종합예술입니다. 몸짓만 좋고 연기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죠.와인 마시는 법,옷 잘 입는 법,그림 보는 법,역사를 해석하는 법,사랑하는 법 등 세상의 모든 문화가 녹아 있으니까요.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