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의 로망'으로 불리는 브라이틀링의 인기는 한국에서나 해외에서나 마찬가지였다.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담긴 수족관으로 외벽을 만든 브라이틀링 부스는 세계 각국에서 찾은 시계 마니아와 바이어들로 전시 기간 내내 북적였다.

브라이틀링 부스가 자리잡은 곳은 바젤월드 메인 전시관 1층.글로벌 시계 업계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들로만 구성된 이곳에서 유독 브라이틀링 부스에 사람들이 몰린 것은 수족관 때문이 아니었다. 해가 다르게 세(勢)를 키우고 있는 브라이틀링이 올해는 어떤 '신무기'를 들고 나왔을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브라이틀링은 이번 박람회에서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인 '칼리버 04'를 장착한 모델을 내놓았다. 2009년 바젤월드에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 '칼리버 01'을 선보인 후 두 번째다. 무브먼트는 시계를 구동시키는 장치.사람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한다.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생산량이 적은 대다수 업체들은 '에타' 등 전문 생산업체로부터 무브먼트를 사들인 뒤 케이스와 시곗줄 등만 직접 만들어 조립하는 식으로 시계를 만든다. 때문에 '무브먼트를 직접 만든다'는 것은 해당 업체가 '시계를 A부터 Z까지 마스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라이틀링도 이 대열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칼리버 04'가 장착된 모델은 '크로노맷 GMT'.크라운(태엽을 감는 부분)을 앞뒤로 돌리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듀얼 타임존 시스템이 구현되는 모델이다. 한번 태엽을 끝까지 감으면 70시간 동안 정상 작동한다. 500m 방수도 된다. 케이스 지름은 47㎜로 기존 '크로노맷 01'보다 다소 크다. 한눈에 브라이틀링 시계임을 알 수 있는 시원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브라이틀링은 또 올해 바젤월드에서 첫 자체 개발 무브먼트인 '칼리버 01'을 여러 모델에 장착해 내놓았다. 베스트셀러인 '내비 타이머'와 '몽블리앙'에도 직접 개발한 '심장'을 넣었다. '트랜스오션 크로노그래프'는 칼리버 01이 장착된 신모델이다. 1950~1960년대 브라이틀링 시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슈퍼오션 크로노그래프'도 주목할 만한 제품이다. 기존 모델에 크로노그래프(시간 · 속도 ·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를 추가하고,오렌지 레드 블루 화이트 옐로 등 5개 색상으로 포인트를 줬다. 다이버를 위한 시계답게 500m까지 방수가 된다. 시계판 지름은 44㎜.검정색상의 시계판과 오렌지색의 크로노그래프,날짜창 프레임 등이 대조를 이뤄 눈에 확 들어온다.

2003년 명차 벤틀리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라인에서도 신제품이 나왔다. '벤틀리 바네토 레이싱'으로 이름지어진 이 모델은 1920년대 중반 벤틀리를 타고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5번이나 우승한 '전설의 레이서' 바네토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100m까지 방수가 된다. 뒷면을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들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