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칼럼이니 현혹되지 마세요. 알고 써야 하는 건데."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국장이 지난 4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날 본지 38면에 실린 <취재여록>을 비난한 것이었다. '웹 갈라파고스 자초하는 정부'란 제목의 이 기사는 방통위가 논란을 빚고 있는 액티브X를 없앤다고 하면서 또 다른 국내 표준을 강요,글로벌 웹 표준을 외면한다는 것을 비판한 글이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기자의 글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게 문제였다. 곧바로 네티즌들의 반박과 비판이 쏟아졌다. '어디가 엉터리라는 건가요?'(@jihak21)라는 반문이 이어졌고 '공인인증서를 주장하는 정보통신부 잔해들의 문제'라며 황 국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허진호 전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엉터리라고 주장하기 전에 공인인증서를 계속 사용하게 할지에 대한 방통위 답이 먼저일듯"이라고 일격을 날렸다. 황 국장은 안되겠다 싶었던지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인터넷 기술 잘 아는 분들 결론 내실 수 있겠지요? 영어가 대세(?)인 시대 한글 사용이 비표준일까요?"

엉뚱하면서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에 또 다시 비판이 쏟아졌다. 허 전 회장은 "액티브X를 없앤다고 해도 태생부터 잘못된 독자 표준의 공인인증서 체제를 유지한다면 기존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구조는 변함없을 것임"이라고 받아쳤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을 SNS에서 퍼뜨린 정책당국자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심판'은 엄정했다. SNS 세계에선 준엄한 원칙이 하나 있다. 상대방 면전에서 바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면 SNS에서도 함부로 올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SNS에 올린 '엉터리'라는 표현을 해당 기자 앞에서도 그대로 할 수 있을까. 한없이 가벼운 처신으로 되레 실망감만 증폭시킨 꼴이다.

혹시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는 액티브X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SNS의 세계에도 무지한 것이 아닐까. 다수의 독자들을 향해 쓴 비판 기사를 SNS의 팔로어들을 활용해 손쉽게 무마하려 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입안한 정책이 지적을 받았다면 정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는데 말이다.

임원기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