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 고정관념 깬 '듣는 미술' 납시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비엔날레 작가' 김홍석 이색展
"조각이든 회화이든 미술 작품은 본질적으로 시각적 형태입니다. '텍스트'를 통해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직접 들려주는 미술을 생각해 봤어요. 관람객이 연극을 보듯 말이에요. "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9일부터 5월1일까지 개인전을 펼치는 설치작가 김홍석 씨(46).그가 관람객과 이야기꾼(배우)의 대화로 작품을 완성하는 이른바 '귀로 듣는 미술'을 선보인다.
김씨는 공연예술의 형식을 차용해 시각예술을 뒤집으며 또 다른 의미를 뽑아내는 작업에 몰두해온 작가. 그의 예술세계는 회화와 드로잉,사진과 영상,오브제와 텍스트,퍼포먼스의 네 가지 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전개된다. 2003년과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연속 출품했고 이스탄불 비엔날레(터키),티라나 비엔날레(알바니아),발렌시아 비엔날레(스페인),에치코 츠마리 트리엔날레(일본) 등 국제 화단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비엔날레 작가'로 불린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평범한 이방인'.전시장 2층에는 특정 회화나 설치 작업도 없고 띄엄띄엄 앉아 있는 배우 다섯 명,그들 앞에 놓인 의자 몇 개 뿐이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돌,물,사람,언어,의자에 대해 쓴 글을 배우들의 입을 통해 3~10분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배우들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갑자기 웃고 울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와 행동에 관람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작품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가가 개입할 수 없는 배우와 관람객의 대화는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된다.
그는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아트'는 사회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사고의 전환을 축진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퍼포먼스는 사회 · 정치적 메시지를 사진이나 비디오 같은 영상으로 남겨 보여주는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퍼포먼스의 기록영상보다 사람들의 관계와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배우와 관람객이 서로 다른 언어의 중층적 존재를 유머러스하게 나누면서 의사소통에 서툰 우리 사회의 이율배반적 문화를 변주하는 작업이죠."
미술가 개인의 성취보다는 관람객들의 문화 향유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중을 최대한 가까이 끌어들이고 참여하게 하는 퍼포먼스라는 얘기다.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대중이 듣게 될 작가의 텍스트 내용보다 배우와 관람객의 만남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객이 아예 전시장을 찾지 않든가,질문을 너무 많이 쏟아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는 있겠죠. "
14일에는 그에게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관람료는 3000원. (02) 733-83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