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대학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직원을 올해 초 채용했다. 발령 부서는 곡물구매전략실.이 직원은 매일 전 세계 주요국의 기후변화를 점검한다.

식품업체가 기상학과 출신을 직접 뽑은 이유는 뭘까. 기상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고서는 식품 소재부문에서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게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전 세계 기상과 곡물 작황을 미리 파악하는 게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곡물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해외에서 원당 소맥 등을 사들여 설탕 밀가루 등을 만드는 소재사업본부가 특히 큰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설탕사업은 사실상 적자를 냈다. 최근 설탕값을 일부 올리긴 했지만,국제 원당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회사 측은 하소연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었던 배경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이상기후가 있었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지역별로 가뭄과 홍수가 터지면서 전 세계 곡물 주산지가 타격을 입었다. 원당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은 지난해 가뭄으로 원당 생산량이 줄었고,주요 수출항은 계속된 폭우로 원당 선적이 한 달 이상 늦어지기도 했다.

원당 수출국인 인도는 홍수를 당해 원당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오히려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옥수수와 콩 주산지인 미국 아르헨티나 등도 가뭄에 시달렸다.

CJ제일제당이 그동안 전 세계 작황을 분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 기상정보 전문업체의 자료를 받아 기상학을 전공하지 않은 곡물 담당자가 주요 농산물 생산지역의 작황을 관찰해 왔다. 그동안은 기상이변이 적어 별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및 기상 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단순화해 모형화할 수 있는 통계학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