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기고 가격 크게 떨어져..찬반 주민간 갈등에 민심마저 '흉흉'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후보지였던 경남 밀양지역 땅값이 크게 떨어지고 신공항 찬반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5일 밀양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되기 시작했던 2007년 하남읍 농지의 가격은 3.3㎡당 3만~5만원선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정부의 입지평가 결과 발표 직전에는 17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백지화 발표 후에는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도 3.3㎡당 2만~3만원씩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백지화 발표 직후 3.3㎡당 3만원이 떨어졌다고 할 만큼 신공항 후보지 땅값이 폭락 조짐을 보이는 등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남읍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공항 발표를 코앞에 두고 후보지내 농지 소유자에게 3.3㎡당 15만원에 팔아주겠다는 했지만 가격상승 기대로 안팔겠다고 배짱을 부렸는데 현재는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된 상태"이라고 말했다.

신공항 후보지인 하남읍 일대에는 당초 변변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없었는데 신공항 추진 이후 개발 붐이 불면서 50여개소가 우후죽순처럼 늘었고 최근 3~4년간 대구와 경북 지역 부동산업계의 이른 바 '큰 손'을 비롯해 김해와 창원지역 주민들까지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현재 50% 가량이 외지인 소유다.

김해 주촌면의 토지가 산업단지 조성 부지에 포함돼 보상받은 돈으로 밀양 하남읍의 땅을 산 김모(59)씨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지가 하락 조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밀양시내 아파트 가격도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3.3㎡당 10만원 가량 떨어졌다.

시민 박모(54)씨는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전까지 시내 중소형 아파트는 없어서 못팔 만큼 큰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거래가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읍 인근 상남면과 초동면, 창녕군도 신공항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3년간 2~3배 가량 올랐으나 백지화 발표로 부동산 거래가 거의 실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공항 후보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거래가 끊어지면서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불안한 땅 소유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땅값 하락세와 함께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찬반 갈등을 빚어온 주민들끼리도 백지화 결과를 놓고 갈등을 빚는 등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신공항 유치에 나섰던 밀양 범시민연대와 공항 유치에 반대했던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와 하남읍신공항반대대책위원회간에는 지난달 25일 밀양역에서의 1인 시위를 놓고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또 유치반대 활동을 하던 농민이 엄용수 밀양시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검찰에 접수돼 있는 등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엄용수 말양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이고 영남권 1천30만 주민의 염원인 신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영남권 4개 시ㆍ도와 공조체계를 확고히 해 한번 더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지역민들의 어려운 현실과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