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서울중앙지검은 10개 증권사들이 ELW 초단타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큰 손 스캘퍼(일명 슈퍼메뚜기) 고객들에게 전용회선을 제공,부당한 수익을 올리게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일반 투자자들보다 더 빠르게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해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큰 손 스캘퍼들이 증권사의 ELW 호가제시 원리를 미리 꿰고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LW는 주가지수 또는 특정 주식의 향후 방향에 대해 내기를 거는 옵션의 일종으로 일반 옵션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증권사가 독점 공급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ELW 가격에는 시간가치라는 거품이 포함돼 있어 시간이 흐르면 주가가 제자리여도 ELW 가격은 쑥쑥 빠지게 돼 있다. ELW가 공급자(매도자), 즉 증권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LW는 특히 코스피200 지수옵션보다 20%가량 비싸 매수자에게는 이래저래 불리하다. 그래서 증권사로부터 ELW를 사는 상대방은 외국인처럼 지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증권사와 스캘퍼 간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잦은 매매로 엄청난 수수료 수입을 안겨주는 슈퍼메뚜기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에게 ELW 주문상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런 ELW 시장의 먹이사슬 구조는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2009년 ELW 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만 5186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뿐,증권사(1789억원) 외국인(593억원) 거래소(180억원) 슈퍼메뚜기(1043억원) 등은 모두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한마디로 개미들의 돈을 나머지 참여자들이 나눠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이렇다 할 제도보완책을 내놓지 않았고 고작 투자자 교육 강화 정도만을 대책이라고 내놓고 뒷짐만 지고 있다가 이번에 검찰에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도록 금융감독원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ELW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증권사들은 요즘도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ELW를 버젓이 상장하고 있다. 매매차익도 챙기고 수수료도 벌 수 있는 이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주가가 급락 또는 급등한 날에는 거의 예외없이 'ELW 몇십 배 대박' 이라는 자료를 뿌리며 이 상품을 홍보해왔다. 마치 '몇백 % 빵빵 터지는 수익률' 등으로 광고하는 사행성 도박게임처럼 말이다. 이런 문구에 현혹된 개인투자자들은 불나방처럼 ELW로 몰려들었고 결국 증권사와 스캘퍼 사이에서 새우등만 터진 꼴이 돼 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물며 증권사와 스캘퍼 간 부정한 거래가 있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의 희생아래 증권사와 슈퍼메뚜기들의 배만 불리는 ELW가 과연 필요한지 신중히 검토,아예 없애는 방안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한국거래소는 우리나라 ELW 시장이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라고 자랑하지만 미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에는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한다고 말하기에는 ELW가 너무 불공정한 상품이고 헤지 필요성 때문이라면 개별 주식옵션이나 주가지수 옵션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