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혁명 1년] (2) 애플ㆍ삼성 가격경쟁…中小 업체 "문닫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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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흔들리는 중소 전자업체들
대당 499달러 가격으론 원가경쟁 자체가 불가능
구글은 OS 공급도 차별
대당 499달러 가격으론 원가경쟁 자체가 불가능
구글은 OS 공급도 차별
국내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 전문업체 A사는 요즘 태블릿PC 때문에 죽을 맛이다. 당초 상반기 내 태블릿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애플이 지난 3월 발표한 아이패드2를 보고 제품 출시를 하반기로 미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번다고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을 자신이 없는 것도 곤혹스럽다. A사 관계자는 "PMP 시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해 태블릿 제조사로 간다는 비전을 정했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가격이 싼 제품을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PMP 업체인 아이스테이션은 이달 초 보유하고 있던 건물과 장비를 모회사인 케이디씨정보통신에 112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266억원 규모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 데다 태블릿PC로 연구 · 개발(R&D)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OS도 차별대우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구글이 최근 태블릿PC 전용 OS(운영체제) '허니콤'의 일반 공개를 미루고 당분간 대형 업체에만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때문에 스마트폰용으로 설계돼 태블릿용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는 '프로요'나 '진저브레드' 등을 탑재해야 할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엔스퍼트는 지난해 9월 출시한 태블릿PC '아이덴티티 탭'의 OS를 5일 프로요로 바꿨다. 프로요는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돼 최신형 안드로이드폰들은 대개 이를 탑재하고 있다. OS 교체가 늦어진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부족해서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기기의 이상 여부를 항상 검사하는데,40여명의 인력만으로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
◆원가 경쟁은 족탈불급
애플이 아이패드2 가격을 499~699달러에 내놓은 것도 이들로선 경악할 만한 일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RIM) 등 대형업체들이 모두 제품 가격을 500달러 선으로 낮춰잡으면서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연 매출 500억원대의 중견 디지털기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16기가바이트(GB) 모델 가격을 499달러에 책정한 것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이 가격대에 비슷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애플이나 삼성처럼 단일 제품을 수백만대 생산하거나 주요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최근 "애플이 가격을 확 끌어내린 것은 태동 단계에 있는 태블릿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의도"라며 "결국은 종의 다양성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추정한 아이패드2 제조 원가는 326.6~333.25달러다. 조립 비용은 10달러로 나머지 대부분은 부품 구입비용이다.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료를 보면 애플이 자체 생산하는 CPU(중앙처리장치) 가격은 14달러로 나와있는데,실제로 엔비디아 '테그라2',퀄컴 '스냅드래곤'을 사려면 50~60달러 정도는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부품을 자체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의 제조원가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결국 태블릿 시장에서 초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중소 IT업체들이 태블릿PC 등장에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귀동/강영연 기자 claymore@hankyung.com
또 PMP 업체인 아이스테이션은 이달 초 보유하고 있던 건물과 장비를 모회사인 케이디씨정보통신에 112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266억원 규모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 데다 태블릿PC로 연구 · 개발(R&D)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OS도 차별대우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구글이 최근 태블릿PC 전용 OS(운영체제) '허니콤'의 일반 공개를 미루고 당분간 대형 업체에만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때문에 스마트폰용으로 설계돼 태블릿용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는 '프로요'나 '진저브레드' 등을 탑재해야 할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엔스퍼트는 지난해 9월 출시한 태블릿PC '아이덴티티 탭'의 OS를 5일 프로요로 바꿨다. 프로요는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돼 최신형 안드로이드폰들은 대개 이를 탑재하고 있다. OS 교체가 늦어진 이유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부족해서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기기의 이상 여부를 항상 검사하는데,40여명의 인력만으로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
◆원가 경쟁은 족탈불급
애플이 아이패드2 가격을 499~699달러에 내놓은 것도 이들로선 경악할 만한 일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RIM) 등 대형업체들이 모두 제품 가격을 500달러 선으로 낮춰잡으면서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연 매출 500억원대의 중견 디지털기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16기가바이트(GB) 모델 가격을 499달러에 책정한 것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이 가격대에 비슷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애플이나 삼성처럼 단일 제품을 수백만대 생산하거나 주요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최근 "애플이 가격을 확 끌어내린 것은 태동 단계에 있는 태블릿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의도"라며 "결국은 종의 다양성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추정한 아이패드2 제조 원가는 326.6~333.25달러다. 조립 비용은 10달러로 나머지 대부분은 부품 구입비용이다.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료를 보면 애플이 자체 생산하는 CPU(중앙처리장치) 가격은 14달러로 나와있는데,실제로 엔비디아 '테그라2',퀄컴 '스냅드래곤'을 사려면 50~60달러 정도는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부품을 자체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의 제조원가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결국 태블릿 시장에서 초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중소 IT업체들이 태블릿PC 등장에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귀동/강영연 기자 claymore@hankyung.com